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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자력경생노선과 남북경협의 과제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북한은 2019년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개최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내용을 2020년 신년사로 대치하고 이를 2020년의 정책과 전략으로 채택했다. 전원회의 내용의 핵심 키워드는 당면한 상황에 대한 “정면돌파”다. “정면 돌파전”은 “전대미문의 준엄한 난국을 정면 돌파하여 나라의 자주권과 최고 이익을 끝까지 수호하고 사회주의 강국건설의 새로운 활로를 열어나가기 위한” 원칙(대강)이다. 북한 스스로도 “적대세력들의 제재압박을 무력화시키고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활로를 열기 위해 강행”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힘이 많이 빠져있다. 

 

북한의 “정면 돌파전”과 자력갱생: 의미와 평가 

 

“정면돌파전”을 벌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북한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미 제국주의의 침략적 본성은 절대로 변할 수 없으며, 북미 사이의 신뢰구축을 위해 핵실험과 ICBM 발사중단, 핵실험장폐기 등 선제적 중대조치들을 취했음에도 미국은 이에 응당 하지 않기로 약속한 합동군사연습들을 수 십 차례나 벌리고 있으며, 첨단전략무기의 남한 반입 등을 통해 북한을 군사적으로 위협하고 있음은 물론, 북한의 경제건설과 인민생활과 관련된 모든 통로를 완전히 폐쇄‧차단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그 봉쇄‧압박의 도를 더욱 높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화를 이야기하면서도 실상은 북한을 “완전히 질식시키고 압살하기 위한 도발적인 정치군사적, 경제적 흉계를 더욱 노골화하는 날강도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와 관련해서도 북한은 “경제건설에 유리한 대외적 환경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화려한 변신을 바라며 지금껏 목숨처럼 지켜온 존엄을 팔수는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더 나아가 향후 “정세가 완화되거나 제재가 풀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망상”임을 호소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북미간의 교착상태는 ‘불가피하게 장기성을 띠게 될 것’이며, 미국과의 ‘장기적 대립과 적대세력들의 제재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정면 돌파전」의 기본전선을 북한은 경제전선에서 찾고 있다. 그러면서도 내부적인 질책과 단속에 치중하고 있는 점은 특이하다. 이는 경제발전이 내부 동원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사실 북한이 제시하고 있는 경제전선의 내용에는 그다지 별 다른 특징이 없다. 이는 현재 처해진 상황에서 이렇다 할 대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된다. 어느 나라의 경제도 완전한 자급자족의 경제를 달성할 수 없다. 모두 대외지향적 경제발전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 경제에는 국제사회의 본격적인 제재가 5년째 가해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자력갱생」 뿐이다. 자력갱생은 기약 없이 짊어지고 가야할 부담이 되고 말았다. 

 

「자력갱생」은 정치구호다. 북한 주민에게 사상적 의미를 가져다준다. 위기에 직면했을 때 외부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자력으로 극복하는 것이 자력갱생이다. 자력갱생은 1950년대 말 중국공산당이 이념 분쟁으로 소련의 지원을 받을 수 없었을 때, 대약진운동의 지도지침으로 채택된 것이다. 북한도 1960년 대 중‧소 분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하자 모택동의 노선을 빌어 ‘자력갱생’을 선언(‘61.11)한 바 있다. ‘고난의 행군’과 ‘천리마 운동’ 등이 자력갱생의 대표적 표현이라고 할 것이다.  

 

금번 전원회의에서 말하고 있는 자력갱생의 핵심적 실천과제는 경제의 재정비에 있으나,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사령부로서의 내각이 자기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음"을 강하게 질책하고 경제 재정비를 위한 대책과 혁신, 경제사업에 대한 국가의 통일적 지도와 전략적 관리를 크게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추진했으며 2020년이 마지막 해가되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2016)'과는 획기적으로 다른 경제를 가져가야 할 것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점에서 자력갱생의 “정면 돌파전”은 북한이 해외투자유치를 통한 경제발전이 불가능한 상황 하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대안이기는 하나, 이를 통해 현 경제상황을 개선시키기는 역부족이다. 

 

북한 「자력갱생」은 핵문제 해결 실패의 결과

 

북한의 자력갱생은 핵문제 해결의 실패가 가져온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성공할 수 없는 선택이다. 1980년 대 초부터 북한은 중국과 베트남과 같은 해외투자유치를 통한 경제발전을 도모하면서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그 어떤 시도도 미국의 거부와 적대적 관계로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북미 관계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잘 알 수 있다. 북미관계 정상화를 원했던 북한 요청은 미국은 거부해 왔다. 북한의 존재를 결코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미국이 동(북)아시아와 한반도에서 추구하고 있는 패권전략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북한 또한 미국의 의도적 불인정과 관계개선의 거부가 북미관계개선 실패의 원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핵 무력 강화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대북 핵위협)에 대한 반발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오늘의 핵 비극은 바로 이러한 북한 존재에 대한 불인정과 의도된 적대관계의 유지가 초래한 산물이라고 할 것이다. 

 

현재 북한 내부의 경제적 상황은 상당히 안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북미 핵 회담이 비록 개최된다고 해도 그 성공을 결코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이란 긴장관계의 고조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국면이 당분간 북한과의 대화나 협상을 어렵게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남한을 외면‧배제하고 있는 것도 남북관계개선의 큰 걸림돌이다. 북한이 현재 남한을 수용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미국에 대해 할 소리는 하라는 것이다. 왜 대미 사대적 근성과 외세의존 정책에 종지부를 찍지 않고 있느냐는 것이다. 

 

남북관계개선의 무기력증에서 벗어나야 

 

한국 정부의 미국 눈치 보기와 남북관계개선의 무기력함은 이제 더 이상 그대로 둘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현 북미관계의 변화가 없이는 남북경협은 난망할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 한국 정부는 이제 무기력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에 대해 아무 말도 못하는 무기력함을 바꾸어야 한다. 

 

첫째, 한반도의 평화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루어야 할 사명이며, 미‧북 경제협력을 한미경제협력과 같이 만드는 것을 꿈으로 수용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 북한이 북미수교를 통한 실질적인 개혁‧개방을 추진해 경제난에서 벗어나는 것이 미국의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임을 미국에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북한의 비핵화와 북미관계정상화가 동시병행하여 갈 수 있도록 미국에 대해 강력하게 권고해야 할 것이다. 

 

둘째, 북한에게 핵은 중국이나 베트남과 같이 북미수교를 위한 유일 수단임을 강조해야 한다. 미국으로 하여금 싱가포르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합의한 북미관계개선의 실천을 약속하게 하고, 대북제재 해제가 북한의 비핵화 진전의 핵심 열쇠임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과감한 양보를 원하는 만큼, 미국의 과감한 양보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확고하게 창출할 수 있음을 강하게 어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대북 제재만으로는 북한을 움직일 수 없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한편, 민생, 민수와 관련된 대북 제재는 인도적 차원에서라도 해제해야 할 것임을 강하게 요구해야 할 것이다. 

 

셋째, 한반도의 평화를 창출하려면 북핵문제 해결과 함께 남북경협의 당위성을 전달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한반도 평화 창출을 위해 남북한이 할 수 있는 노력을 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할 것이다. 남북경제협력사업이 대북 제재의 면제 대상이 될 수 있는 논리를 제시하고 이를 강력하게 어필해야 할 것이다. 유엔안보리 결의 2397호 제27조 및 미국의 대북제재강화법 제9228조(b)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 한반도 긴장완화 노력”을 권고하고 있다. 남북 협력사업이 바로 북한의 핵을 무력화하고, 한반도 평화정착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사업임을 증명‧제시해야 할 것이다. 교류협력사업을 통한 남북한 사이의 지속적이며 대규모의 인적·물적 교류가 이루어질 경우, 북한 경제‧사회 및 주민의 변화를 동반할 것이며, 핵문제 해결에도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확신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 사이의 적대행위 해소와 민족 동질성 제고하며, 남북한 경제공동체와 평화공존에 이바지 할 실질적 수단이 남북교류협력이다. 

 

문재인 정부의 당면 과제

 

다음과 같은 과제를 문재인 정부의 당면과제로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문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를 확신하고 이를 현실에 제대로 반영해야 할 것이다. 문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확신하고 이를 기회있을 때마다 언급했다. FOX 뉴스와의 인터뷰(2018.9.25.)에서도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젊지만 아주 솔직 담백한 인물이고 비핵화에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한 바 있다. 확신만 하면 무엇을 하겠는가, 현실에 반영시켜야 할 것이다. 지극히 외람된 이야기나 대통령이 남북관계개선의 국정추진력을 얻으려면 대통령의 확신을 실현시키는 보좌진이 필요하다. 보좌진이 대통령의 확신을 실현시킬 수 없는 위치에 있다면 과감히 정비해서 대통령으로 하여금 남북관계 활성화 방안이 실천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남북관계개선의 바탕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3~4월 한미연합 훈련을 중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력히 요청해야 할 것이다. 4월 15일 총선 앞의 한미연합훈련은 북한의 자위조치를 유도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뻔하다. 그렇게 되면 남북관계는 상당기간동안 회복하기 어려우며, 북미대화 또한 불가능할 것이다. 

 

셋째, 대북 제재 하에서도 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는 결단을 해야 할 것이다. 먼저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사업의 재개를 용기를 가지고 선언해야 한다. 안보리 결의 제2094호 11조에 따라 북한으로 유입되는 현금이 북한 핵미사일 생산 등에 사용될 것을 우려한다면, 이를 면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 남북협력사업 추진과 연계된 대북한 임금 및 관광대가 지급을 현금이 아닌 에스크로우(escrow) 방식을 통한 예탁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북한 근로자의 임금도 전자카드 등을 발급받아 생필품 등을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물론, 북한 당국에 대해서는 이에 대한 협조를 구해야 할 것이다. 그 밖에도 대북제재 하에서도 추진할 수 있는 사업, 예를 들어 한강하구 개발 사업 및 강릉-제진 철도연결, 접경지역(파주 등) 남북경제공동특구조성 사업, 철도도로 연결 및 정기운행을 추진하고, 북한 방문을 제3국 방문과 같이 자유화하는 선언도 천명할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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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1-17 08: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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