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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로렌과 고흐...그리고 해바라기 [허준혁한방]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영화 ‘해바라기’에서 소피아 로렌이 러시아 전선으로 간 남편을 찾아 광활한 우크라이나 대륙을 해맬 때 기찻길옆으로 해바라기밭이 끝없이 펼쳐 진다. 기차에서 내려 황금색 물결의 해바라기 밭을 보고 있는 그녀에게 누군가 말한다. 수많은 이탈리아 병사들이 죽어서 묻힌 곳이라 더 무성해졌다고... 

 

어렵게 찾아갔지만 남편은 기억상실증에 걸려 다른 여자와 아이까지 낳고 살고 있다. 기억을 되찾은 그가 그녀를 찾아 돌아오지만 그녀도 다른 남자와 결혼해 딸까지 있다. 그를 태운 기차는 다시 떠나고 그것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 눈물이 흐르면서 헨리 맨시니의 ‘잃어버린 사랑(Loss of Love)’ 이 사랑을 잃은 그녀와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밭 위를 구슬프게 흘러내린다. 전쟁이 낳은 비극...


해바라기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후기인상파의 거장 빈센트 반 고흐...고흐는 파리를 떠나 아를에서 고갱과 함께 작업하기를 기대하면서 고갱을 위해 작은 집 을 빌려 노란색으로 페인트를 칠한 후 해바라기 꽃을 그린 그림으로 장식하였다. 고흐에게 노랑은 희망을 의미하며, 당시 그가 느꼈던 기쁨과 설렘을 반영하는 색이다.


그러나 고갱에 대한 열광적인 환영의 의미로 그린 이 작품을 그린지 몇 달 후 반 고흐는 고갱과의 불화로 자신의 귀를 자르며 정신발작의 멍에를 짊어지게 된다. 그토록 고대하던 고갱과의 동거는 두 달이 채 되지 못했 고 결국 그는 동생 테오에게 ‘인생의 고통은 살아 있다는 그 자체’라는 편지를 남기고 ‘까마귀가 나는 밀밭(그의 그림 제목이기도 하다)’에서 리볼버 권총으로 서른일곱해의 생을 마감하고 떠났다.


태양의 신 아폴론을 짝사랑하던 요정 크리스티가 그가 불 수레를 끌고 동쪽 하늘에서 출발해 서쪽 하늘로 사라 질 때까지 숨어서 줄곧 바라만보다가 죽어서 해바라기가 되었다는 그 꽃... 그래서일까? 해바라기의 꽃말은 애모이다. 바라만봐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랑...

 

해바라기는 터무니없이 큰 키와 화륜으로 다른 꽃들과는 어울리지 못하고 밭언저리나 울타리 부근, 무너진 돌담 너머로 그 노란 얼굴을 햇살에 맡기고 서 있다. 그런 해바라기들이 한자리에 모인 해바라기축제가 해마다 전국 곳곳에서 열렸지만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그렇지못하다. 

 

사랑하는 이들과 모여 좋은 곳에서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그런 날이 다시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없이 바라보며 기다리는 해바라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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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7-29 14: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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