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피스코=허준혁 ]
수불석권과 수불석폰 [허준혁한방]
"5분만 시간을 주십시오. 책을 다 읽지 못했습니다."
1910년 3월 26일 사형집행 15분전, 마지막 소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안중근의사의 답이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을 다 읽고 어머니가 직접 지어주신 수의를 입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여순감옥 투옥중에도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는 유묵을 남기신 이유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스마트폰이 발전할수록 독서량은 줄어들고 있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는 '수불석권(手不釋卷)'이 옛말이 되고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않는 수불석폰의 시대가 되었다.
어린시절과 학창시절 마음의 살을 찌워줬던 <어린왕자>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청나라의 장조는 <유몽영>에서 "젊은 날의 독서는 틈 사이로 달을 엿보는 것과 같고, 중년의 독서는 뜰 가운데에서 달을 바라보는 것과 같으며, 노년의 독서는 누각 위에서 달구경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같은 달을 보더라도 젊은 날엔 구름 사이로 달을 보듯 간신히 달만 보게 되고, 중년엔 환한 달빛을 즐길 수는 있어도 울 밖의 달 풍경은 볼 수가 없지만, 노년엔 누각에 올라 달빛이 골고루 비치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나이들수록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이 독서라는 것이다.
독서를 달구경과 인생에 비유한 장조의 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당나라 학자 한유가 글공부하러 가는 아들에게 '네가 떠나는 때는 가을이니 등잔불을 가까이 하고 책을 읽어라'는 시를 지어주었다는 데서 유래된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 가을이다.
9월 2일은 마지막까지 책을 놓지않으셨던 안중근의사의 탄생일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 계절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깊어가는 가을밤에 신간이든 먼지쌓인 책이든 다시 잡아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