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재외국민대표 국회진출과 재외선거구 [허준혁한방]


부산엑스포 유치 참패에 국민들과 세계한인들이 큰 충격에 빠진 상황에서도, 제 22대 국회의원 선거(내년 4월 10일) 재외국민 유권자 등록은 진행중이다. 내년 2월 10일 까지 국외부재자 신고를 하면 비례대표와 지역구까지, 주민등록이 없는 영주권자의 경우는 비례대표 투표가 가능하다.


12월 12일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면 예비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이 본격화되고, 정기국회도 12월 9일 마감함에도 아직까지 선거구가 확정되지 않고 있다. 18대(47일 전), 19대(44일 전), 20대(42일 전), 21대(39일 전) 총선처럼 선거일이 임박해서 거대 양당의 잇속챙기기에 따른 졸속 선거제 개편이 우려되고 있다.


우리나라 선거법상 선거구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로 불리는 전국구가 있다. 재외동포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위해 재외선거구를 배정하는 나라들도 있다. 그중에서도 이탈리아의 재외선거구 제도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탈리아는 2003년 법개정을 통해 2006년 4월 총선에서 선거구를 4개 권역으로 나눴다.


A지역은 러시아의 극동지역과 터키를 포함한 유럽으로 상원 2명 하원 6명, B지역은 남미지역으로 상원 2명과 하원 3명, C지역은 북미와 중미지역으로 상하원 각 1명, D지역은 아프리카-아시아-오세아니아 등으로 상하원 각 1명으로 배당했다. 6명의 상원의원과 12명의 하원의원 등 재외국민들의 몫으로 18석을 배당한 것이다.


시기적으로 보면 이탈리아가 처음은 아니다. 이전에도 프랑스는 상원 의석 일부를 배당했고, 북한은 일본의 조총련 (재일조선인총연합회) 의장과 조선대학 총장 등 5명을 최고위원으로 임명해왔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총선뿐 아니라 유럽의회의원 선거, 국민투표 등 3대 선거에 재외국민 투표권을 주는 등 내용과 범위면에서도 실질적이고 광범하다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프랑스도 2010년 재외선거구를 도입하여 하원 577석 가운데 스위스-리히텐슈타인, 캐나다-미국, 중남미, 북유럽, 북서아프리카 등 11개 선거구에 의석을 배당하고 있다. 이밖에 크로아티아, 포르투갈, 알제리, 튀니지 등도 재외선거구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선거구는 물론 현행 비례대표 배분 방식인 준연동형 유지 여부를 둘러싸고 수싸움이 한창이다. 병립형은 지역구 의석수와 상관없이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 의석을 나눠 갖고, 준연동형은 지역구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을 위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치러졌던 제 21대 총선에는, 정당 득표율이 높더라도 지역구 당선자가 많으면 비례 의석수가 적어지는 것을 피하기위해 비례 위성정당을 만드는 꼼수가 나왔다.


표의 등가성-비례성-대표성은 민심의 정확한 반영에 가장 중대한 문제이다. 정치권은 눈앞의 당리당략이나 정치적 계산보다 대승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재외동포청 신설에 즈음하여, 세계한인들의 민심을 대변하고 재외동포청도 감사할 재외국민대표가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권역별 재외선거구 신설이 바람직하지만 제 22대 총선에서의 적용은 사실상 힘들다는 점은 안타깝다. 그러나 앞으로 이에 대한 논의는 점차 구체화되어야 할 것이다.


대신 위성정당 방지가 보장된 연동형이나 준연동형을 채택할 경우 세계한인들의 대표성을 반영하는 비례정당도 검토가능하다. 병립형의 경우 권역-인구비례 등을 고려한 세계한인대표들의 상위순번 배치도 방법이다. '수혜대상' 재외동포대표가 아니라 '영입대상' 세계한인대표라는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세계한인들도 높은 투표율로 힘과 뜻을 보여줘야 한다. 지난 21대 총선의 경우 약 197만 명 추산 잠정 재외선거인 중 유권자 등록은 약 17만 명으로 8.7%, 실제 투표자는 약 4만 명으로 2%에 불과했다. 유권자 등록은 이메일이나 우편으로 가능하지만 실제 투표는 재외공관이나 원거리 투표소를 직접 방문해야하는 선거법도 낮은 투표율의 결정적 원인 중 하나이다.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이같은 우편투표-전자투표 선거법 개정외에도 복수국적 연령완화, 세계한인 지원법 제정, 재외동포'청'의 '처(부)'로의 승격, 재외 선거구 신설, 재외 청년들의 병역 복무대체, 거주국-대륙 정부와의 직접적 외교활동 등 재외국민과 세계한인들을 위한 일들이 곳곳에 산적해있다.


문제해결은 간단하다. 재외국민들은 높은 유권자등록과 실투표율로, 정치권은 세계한인들의 숙원사업을 전담하고 글로벌 대한민국을 선도할 재외국민대표들이 국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치는 최후진국"이라는 말을 더이상 나오게 하는 것은 역사와 국민앞에 죄를 짓는 것이다. K-컬쳐를 넘어 세계가 부러워하는 K-정치의 서막은 어리석은 희망일까?

0
  • 기사등록 2023-12-01 09:12:59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