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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새소식 621> 한글학회 2024.5


|한글과 우리|


세계시장의 새로운 전략 ‘한글 디자인’과 ‘한글마케팅’


허준혁 유엔피스코 사무총장

unpeacekor@naver.com


국내외 명품 업체들의 한글 디자인 제품


케이-컬처(K-Culture)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한글이 세계 시장의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적 기업 코카콜라가 ‘코카콜라 제로 한류(K-Wave)’를 미국과 프랑스, 벨기에 등 36개 나라에서 출시했다. 코카콜라 130여 년 역사상 영어가 아닌 언어로 표기한 것은 최초이다.


해외 패션 명품업체들도 한글을 활용한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프랑스 ‘루이비통’은 뉴욕에서 열린 200주년 전시에서 로고 ‘LV’를 한글 ‘엘뷔’로 적어 넣었다. ‘구찌(GUCCI)’도 한글로 ‘구찌’를 새긴 의류를 선보였다. 세계적 운동 브랜드 ‘나이키’도 한글로 ‘나이키’를 새기고 태극기의 색 구성으로 출시한 ‘덩크 로우 사우스 코리아’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국내 기업들도 한글 마케팅을 통해 세계 시장에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케이-푸드(K-Food) 대표적 기업인 씨제이(CJ) 제일제당은 ‘비비고’ 브랜드 로고에 한글과 함께 한국의 밥상을 형상화한 디자인을 더해 한국 브랜드임을 강조했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오리온의 초코파이 등도 케이-푸드 열풍과 함께 한글 브랜드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이렇듯 케이-컬처에 대한 해외 소비자들의 관심과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한글로 제품명이나 상표 등을 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글 표기가 케이-브랜드(K-Brand)로 자리 잡고, 매출에도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어 한글 마케팅 전략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한글의 조형미


그동안 한글이 적힌 옷이나 모자 등을 착용한 외국인들의 사진이 화제가 되곤 했다. 때로는 ‘육개장’, ‘한국횟집’ 등 뜬금없는 내용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 보면, 한글의 시각적 조형미에 대한 외국인들의 호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뜻은 몰라도 그들의 눈에는 한글이 예쁘거나 멋있어 보였기 때문에 착용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그라미)와 △(세모), □(네모) 등은 전 세계 어디든 생활 곳곳에서 발견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익숙한 기하학적 도형들이다. 한글을 전혀 모르는 외국인들은 동그라미(ㅇ), 네모(ㅁ) 같은 도형들이 글자라는 것에 신기해 한다. 외국인들의 눈에는 ‘ㅎ, ㅇ, ㅁ, ㅅ’ 같은 한글 자음이나 ‘ㅡ,ㅣ’ 같은 직선 모양의 한글 모음들이 조형적으로 아름답고 예쁘게 보인다고 한다. 아직까지도 누리 소통망에 화제가 되곤 하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신흥호남향우회’라 새겨진 패션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이렇듯 한글은 미학적으로도 기하학적 도형의 아름다움과 친근감을 안고 있다.


세계적 디자이너들의 ‘한글 디자인’


패션계의 황제로 불렸던 고(故) 칼 라거펠트는 한글이 입체적인 도형과 기하학적 형태를 평면에 구성하는 추상 미술인 ‘큐비즘’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세모, 네모, 동그라미 모양의 자음과 모음이 점, 선, 면을 사용한 추상 회화처럼 보인다는 것이었다.


세계적 브랜드나 디자이너들은 한글을 디자인과 홍보 전략에 활용하여 브랜드의 창의성을 강조하면서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프라다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는 ‘상주곶감’이라는 글씨가 쓰인 보자기 원단이 들어간 운동 브랜드 ‘아디다스’ 운동화와 함께 가방 브랜드 ‘이스트팩’에도 ‘상주곶감’ 로고가 들어간 가방을 선보였다. 헬기 사고로 사망한 미국 농구선수 코비 브라이언트를 추모하는 행사에는 엔비에이(NBA) 유명 선수들이 제작사인 ‘슬론 앤 베넷’을 한글로 쓴 검정 후드티를 입고 모금 운동을 벌여 헬기 피해자 지원재단에 기부하기도 하였다.


케이-컬처와 한글 학습 열풍


우리는 어려서부터 한글을 배워왔기 때문에 그냥 읽기 쉽고, 쓰기 쉽고, 알기 쉬운 글자로서만 받아들인다. 그 익숙함 때문에 조형적 아름다움의 가치를 미처 생각하지 못해 왔었다. 한글은 과학성과 합리성 외에도 시각적 매력까지 갖췄다. 한글은 대한민국을 알리는 첫인상이자 첫 인식이다. 한글 디자인은 미학적 아름다움과 함께 한국 고유의 유산으로 한국과 한국 문화를 전하는 매체로서의 가치도 크다. 그런 점에서 천만 관객을 뛰어넘은 영화 <파묘>가 제목에 사용한 글씨체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청산리 대첩을 승리로 이끈 김좌진 장군의 필체라는 것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글 디자인이 세계화되기 위해서는 한국의 다른 문화들도 복합적으로 전파되어야 한다. 케이-팝(K-Pop), 케이-드라마(K-Drama), 케이-무비(K-Movie)를 제대로 이해하고 따라 부르거나 보기 위해 한글을 공부하기 시작한 외국인들도 많다. 한글 학습은 언어습득을 넘어 한국의 문화와 가치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한다.


‘한글 마케팅’과 세계시장


케이-컬처 열풍과 함께 한글은 세계인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한국의 문화와 예술, 역사 전반에 깊은 관심과 호감을 이끌어 내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한다. 단순한 문자를 넘어 대한민국을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과 세계적 문화콘텐츠로서의 가치도 무한하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독창적인 세계적 이미지나 가치는 로고나 제품 디자인을 통해 시각적 언어를 창출해 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글은 특유의 과학성과 조형미로 해외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디자인과 창의적인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차별화된 브랜드의 가치와 지속적 브랜드 충성도를 강화할 수 있다.


바야흐로 한글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으로 세계적 문화와 세계적 산업을 선도하는 중심국가로 우뚝 서야 할 때가 무르익었다. 세종대왕께서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준 또 다른 선물이자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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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5-07 06: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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