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공이 울퉁불퉁한 이유 [허준혁한방]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3년 전인 1998년 7월 7일 새벽(한국시간). IMF에 고통받는 속에서도 국민들은 졸린 눈을 비벼가며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의 블랙울프턴 골프장에서 LPGA투어 US여자오픈을 지켜봤다.
마지막 18번홀. 박세리의 공이 해저드 쪽으로 떨어졌다. 절체절명의 순간. 캐디는 안전한 세컨드 샷을 권유했지만 박세리는 그대로 치기로 결정했다. 물에 들어가기 위해 양말을 벗자 하얀 발과 구릿빛 다리 색깔이 선명히 대조됐다. 엄청난 훈련량을 보여주는 방증이었다.
물에 들어간 박세리는 담담하게 골프채를 휘둘러 공을 페어웨이 위에 올려놨다. 기가 눌린 상대는 샷이 흔들렸고, 박세리는 18번홀을 동타로 끝냈다. 그리고 서든데스 두 번째에서 5.5m짜리 버디를 기록하며 사상 첫 신인 메이저대회 2연승 신화를 일궜다. 그 유명한 박세리의 ‘맨발 투혼’이다.
골프공은 다른 공들과는 달리 울퉁불퉁하다. 골프공도 처음에는 매끄럽게 만들었지만 오래 되어 표면이 거칠어진 공이 매끈한 새 공보다 멀리 날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렇게 해서 지금의 골프공이 탄생했다.
공기에 저항이 없으면 새가 날 수 없으며 물에 저항이 없으면 배 가 뜰수가 없다. 바람개비도 바람이 불지않으며 돌지않는다. 바람개비가 돌지않을때는 앞으로 달려가면 된다.
인생도 제자리에서 멈추지않기위해서는 바람개비처럼 앞으로 달려나가야하며 멀리 날아가기위해서는 골프공처럼 울퉁불퉁한 저항을 이겨내야한다. 박세리의 맨발투혼과 울퉁불퉁한 골프공이 묘하게 매치되며 많은 것을 느끼게하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