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을 정월(正月)이라 부르는 이유 [허준혁한방]
연말연시면 새해인사로 '근하신년(謹賀新年)'과 '송구영신(送舊迎新)'을 많이 사용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송구영신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음"이라고 풀이하고 있으며, 근하신년은 "삼가 새해를 축하한다는 뜻으로, 새해의 복을 비는 인사말"이라고 되어있다.
송구영신은 <고려사>중 공양왕때도 나올만큼 오래된 말인데 비해, "근하"와 "신년" 이라는 말은 각각 조선왕조 때도 썼지만 "근하신년"이란 말은 일제강점기때부터 본격적으로 쓰여지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근하신년"은 일본에서 들어온 일본식 표현이다. 일본국어사전 <大辞林>에는 "새해를 축하하기 위해 연하장 등에 쓰는 인사말" 이라고 되어 있다.
일제는 1896년부터 양력을 채용하고 양력 1월1일을 새해 첫날 설날로 강행했으나 백성들은 ‘일본설’이라며 반발하며, 음력 정월 초하루에 조상들께 절을 드렸다.
친지나 이웃들에게는 “과세(過歲) 평안하셨는지요?” 하는 인사말을 주고받고 ‘기원성취(祈願成就)’를 써주며 새해 소원 성취를 기원했다.
그러나 이완용 등 일본앞잡이들은 총독이나 관리들에게 일본인들이 잘쓰는 ‘근하신년(謹賀新年)’이라는 단어를 쓴 연하장을 보내며 아부를 떨었다.
지금도 일본은 인구 1억 2천5백만명에 연하장을 10억장씩 찍어낼 정도로 연하장의 나라이다.
새해 아침에 "근하신년"이라는 뜻도 제대로 모르는 일본식 표현보다는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즐거운 설날되세요"라는 전통적이고 알기쉬운 우리식 인사를 나누는 것이 훨씬 정겹다.
최근 환경운동단체에 만들었다는 열두 달의 순우리말 이름도 참 이쁘고 의미가 있다.
1월 해오름달(새해 아침에 힘있게 오르는 달)
2월 시샘달(잎샘추위와 꽃샘추위가 있는 겨울의 끝 달)
3월 물오름달(산과 들에 물 오르는 달)
4월 잎새달(물오른 나무들이 저마다 잎돋우는 달)
5월 푸른달(마음이 푸른 모든 이의 달)
6월 누리달(온 누리에 생명의 소리가 가득차 넘치는 달)
7월 견우직녀달(견우직녀가 만나는 아름다운 달)
8월 타오름달(하늘에서 해가 땅 위에선 가슴이 타는 정열의 달)
9월 열매달(가지마다 열매 맺는 달)
10월 하늘연달(밝달산에 아침의 나라가 열린 달)
11월 미틈달(가을에서 겨울로 치닫는 달)
12월 매듭달(마음을 가다듬는 한 해의 끄트머리 달)
또 획일적인 이름보다는 열두 달에 자신만의 이름을 붙이는 것도 자신만의 각오나 추억을 만들기위한 멋진 발상이 될 듯하다.
서양에서 매 월을 가리키는 단어들이 1(One) 2(Two) 3(Three)가 아닌 것이 이채롭다.
1월을 가리키는 January는 문(door)을 의미하는 'Janua'에서 유래되었다. 1월은 새해를 여는 문이기 때문이다.
얼굴이 두개인 야누스(Janus)는 미래와 과거를 볼 수 있는 '문의 신'으로 문은 한 쪽의 끝과 동시에 다른 한 쪽의 시작을 나타낸다. 새해의 첫달인 1월에 Janus의 이름이 붙여진 것도 이때문이다.
우리 선조들도 새해 첫 달을 1월이라 하지 않고 ‘정월(正月)’, 새해 첫 날을 '정월초하루'라 부르며 설날 첫날부터 새해 내내 바르게 살기를 다짐했다.
"일출(日出)" 이란 말대신 "해맞이"나 "해돋이"란 멋진 우리말이 자리잡은지 오래이다. 새해아침 새해인사 역시 "새날" "새복" 등 젊은감각의 새로운 단어들이나 순우리말로 새로운 K-새해인사를 만들어봄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