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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러와 '기후물병' [허준혁한방]
  • 편집국
  • 등록 2024-10-07 12:15:13
  • 수정 2024-10-07 13: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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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러와 '기후물병' [허준혁한방]


대한민국은 커피공화국이다. 2023년 한국인이 1년 동안 마신 커피 소비량은 405잔으로 세계 평균 소비량 152잔보다 3배 가까이 많다. 세계 1위 프랑스 551.4잔에 이어 두 번째이며 미국의 318잔보다 훨씬 많다.


세계 유명 브랜드 카페들도 앞다퉈 한국에 진출하고 있다.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3조 1천717억 원으로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이다. 커피와 음료점 점포수도 9만 8천886개로 10만 개에 근접하며 지속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들은 커피와 음료 이용에 따른 일회용 컵의 사용량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커피점에서는 커피를 매장에서 마실 것인지, 받아서 나갈 것인지(테이크 아웃) 선택한다. ‘테이크 아웃’의 경우 종이나 플라스틱 일회용 컵으로 받는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한국의 1년간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33억 개, 비닐봉지는 235억 개다. 플라스틱 분해는 500년이 걸린다고 한다. 편의점에서는 비닐봉지 판매금지, 일회용품 규제가 시작됐지만 커피점에서 규제 없이 사용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커피 자체가 탄소 초고배출 식품으로 카퍼 소비부터 줄여야 한다. 원두 소싱부터 로스팅후 끓이거나 포장판매까지 1kg원두 대비 7kg~14kg의 엄청난 탄소가 배출되는것으로 알려져있다. 


일회용 컵으로 매일 커피를 마시면 연간 2천600개의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되며, 일회용기에서 검출되는 미세플라스틱 양은 다회용기보다 최소 4.5배가 많다고 한다.


전체 제조와 폐기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고려할 경우, 텀블러가 친환경이 되려면 플라스틱 텀블러는 50회 이상,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220회 이상 재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일회용 컵보다는 온실가스를 훨씬 줄일 수 있다.


단군이래 가장 더웠던 추석을 지내면서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많이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 일상생활에서부터 작은 실천들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해나가야 한다. 가능한 '쓰레기'를 남기지 않아야 한다.


일회 용기 대신 음료수나 물을 담는 병을 텀블러(Tumbler)라고 부른다. 텀블러의 어원은 ‘굴러가다’라는 뜻의 영어 텀블(Tumble)이다. 원래 손잡이가 없는 원통형이라 잘 굴러다닌다는데서 유래했다. 흔히 앞 구르기 등을 이야기할 때 자주 쓰는 '덤블링'과 같은 어원인데, 이는 텀블링을 잘못 발음한 것이다. 우리말로는 '공중제비'라는 정겨운 표현도 있다.


국립국어원은 2014년 10월 1일 우리말 다듬기를 통해 ‘텀블러(Tumbler)’를 대신할 말로 ‘통컵’을 선정했다. 쉽게 와닿지 않고 어감도 썩 좋지는 않다. 물이든 커피든 각종 음료 등을 담을 수 있는 병 또는 통이라는 뜻에서 그냥 통틀어 물병이라 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갖고 다니는 물병이라는 의미를 더해 '기후물병'이라고 할 것을 제안해 본다.


남녀노소 없이 저마다 편리하고 특색 있는 '기후물병'을 가지고 다닌다면, 일상생활 필수품으로의 자리매김과 함께 '기후위기'라는 개념 역시 일상생활 속으로 더욱 빨리 확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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