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방식 제시 “北과 협의”]
“가장 우선 순위는 남북 직접관광”…비영리단체 또는 3국 여행사 이용
“세컨더리 보이콧에도 해당 안 돼”… 북미 교착 속 北 호응할지 관심
정부가 20일 국민들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육로로 북한을 방문, 개성과 금강산을 찾는 개별관광 청사진을 공식화했다. 개별관광은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며, 북측과의 협의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북핵 협상 교착 국면을 남북협력으로 뚫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북한이 호응할지 관심이다.
이날 통일부가 발표한 ‘개별관광 참고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구상 중인 관광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이산가족 또는 비영리사회단체 중심의 금강산ㆍ개성 방문 △한국 국민의 제3국 여행사를 이용한 평양, 양덕, 원산ㆍ갈마ㆍ삼지연 등 북한 지역 관광 △제3국 여행사의 외국인 남북 왕래 관광 프로그램 허용이다.
정부는 특히 육로관광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가장 희망하고 우선순위로 두는 것은 (제3국 경유가 아닌) 남북 직접 관광”이라며 “남에서 북으로 올라가거나, 북에서 남으로 가는 경우 모두 유엔군사령부로부터 MDL 통과 업무만 대행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가 구상하는 개별관광은 ‘대규모 사업체를 통한 단체관광 방식이 아닌 비영리단체 또는 제3국 여행사 등을 통한 북한 방문’을 뜻한다. 과거 금강산관광처럼 비용을 한꺼번에 북한에 전달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2094호)가 금지한 대량현금(bulk cash)의 북한 유입에 해당할 수 있어 소규모ㆍ비영리 여행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통일부는 개별관광이 유엔은 물론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얽힌 제3국 기업ㆍ개인 겨냥 미국 독자 제재)에도 저촉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개별관광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 만이 아니라 북한 방문을 원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차원”이라며 “현재 접경지역 경제 상황이 어려운데 (다양한 개별관광이 가능해지면) 신규 관광 수요가 생겨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북한이 호응하는 정도에 따라 개별관광 문턱을 최대한 낮출 계획이다. 현재는 북한에서 초청장을 받아 통일부에서 방북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북한 당국과 남측 관광객의 신변안전 보장을 확인할 수 있는 방안(합의서ㆍ계약서 등)이 합의되면 ‘비자 방북’도 가능하다고 본다. 이와 관련, 당국자는 “신변안전 보장 문제와 사업 구상 등에 있어 (남북) 당국 간 협의할 분야가 분명 있을 것”이라며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신년사에서 남북 교류협력을 위한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 노력을 제안했고,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선 “개별관광 같은 것은 국제제재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모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남북관계 개선 사업에 대한 미국의 지지 입장을 재확인”(17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하며 한미 협의도 마친 상태라 북한이 개별관광 협의에 나설 경우 남북대화 재개도 가능할 전망이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