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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김영윤칼럼]
  • 편집국 편집국
  • 등록 2020-08-26 14:35:08
  • 수정 2020-08-26 16:5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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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LOFO 칼럼 제516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회장

  

  

신임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남북관계 활성화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여의치 않는 모습이다. 최근 해리스 미 대사에게 남북 간 '작은 교역' 구상을 설명하고, 한미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얻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의 술과 남한의 설탕을 맞바꾸려 했던 “작은 교역”마저 파트너인 북한「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대북 제재 대상인 노동당 39호실 산하 외화벌이 업체로 확인되고 있어 이마저 실현 가능성을 희박하게 하고 있다. 


신임 장관 하 통일부가 “제재에 위반되지 않도록 추진해나간다”는 것을 기본 입장으로 밝히고 있는 것을 보면 교역을 비롯, 남북관계 활성화를 위한 파격적 결단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미국의 결정에 의존하는 예전의 상황을 반복하지 않을까 적잖이 우려된다. 이제 현 정부의 임기도 1년 반밖에 남지 않았다. 정권 말기 일정기간 동안의 레임덕을 감안하면 남북관계 개선의 추동력을 얻을 수 있는 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 

  

지금 북한은 내부체제 정비·강화에 부산해 하고 있다. 노동당 정무국(8.5)과 정치국(8.13) 회의를 하고 난 다음 바로 당 중앙위 전원회의(8.19)를 개최했다. 정무국 회의에서 당 주요 간부들을 교체하는 현안을 처리하고 다시 6일 만에 전원회의를 개최, 내년 1월 제8차 당 대회 소집을 결정한 것을 보면 북한이 당면 상황을 얼마나 긴박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물론, 현재로서 북한 최대의 관심은 뭐니 뭐니 해도 코로나 감염병의 내부 유입 방지에 두고 있다. 코로나 감염에 대해서는 한 마디로 공포를 느끼고 있을 정도로 평가된다. 뚫리면 끝장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임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개성 출신 탈북자가 북한으로 되돌아간 사건(8.7)에 대응한 모습을 보면 금방 이해가 간다. 올 초 국경을 신속하게 차단하고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세우면서 초기 대응을 강력하게 했을 때보다 훨씬 더 절체절명의 모습을 보였다. 남한 이탈자가 어떤 경유와 신변으로 북에 왔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보다는 혹시라도 모를 코로나 감염병의 유입을 막는 것이 더 절박했던 것이다. 일상적 국가비상방역체계를 뛰어넘은 “국가최대비상체제”로 전환하고 특급경보까지 발동한 것은 북한이 이 분야에 얼마나 민감해 하는지를 알게 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 뿐만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홍수 피해 복구 과정에서 '외부 지원을 받지 말라'고 공개 지시(8.14)한 것도 이를 반증한다. 북한 스스로 밝힌 바와 같이 오로지 코로나 감염병의 북한 내부 확산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코로나 감염병의 유입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국경을 아무리 폐쇄한다고 해도 밀무역과 같은 행위를 완전히 근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정 소비품은 아예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바깥 세계와의 인적인 접촉이 불가피하다. 북한이 확진자의 유무를 밝히지 않으면서도 코로나 방역사업을 전 주민의 차원에서 강화하고 있는 것도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코로나 19의 예방 차원이라고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코로나 대응은 외부 세계와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외부 세계의 코로나가 잠잠해야 북한 내부도 잠잠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북한의 향후 행보와 관련,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내년 1월 개최 예정인 당 대회다. 당 대회는 북한 조선노동당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당 중앙위원회나 정치국이 내리는 당의 노선과 정책, 전략·전술에 관한 결정을 추인하게 될 것이다. 지난 2016년 이후 5년 만에 열리는 제8차 당 대회에서 북한은 새로운 노선을 내놓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올 11월 초 미국의 대선결과를 보면서 그동안 유지해 온 「정면돌파」의 기치를 어떻게 새로운 전략으로 마련하여 가져갈 것인가를 결정하고 제시할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다음의 미 정부와도 관계 정상화를 원하지만, 자신들이 이행하려는 비핵화 과정을 미국이 수용하지 않는다면 타협이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당면한 경제난을 돌파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하지만 내년 1월 당 대회까지는 어떤 형태로든 경제난을 돌파할 수 있는 대책 마련과 함께 대미 비핵화 협상 역량을 모아갈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이 이에 이르는 동안 남한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금의 상태, 무엇인가를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상태에 만족해야 만 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도 남북관계를 바꿀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뜨겁게 또 가깝게 다가섰던 현 정부하의 남북관계가 가장 차갑게 돌아서버린 작금의 상황을 기필코 바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기존의 한미관계를 바꾸겠다는 결단이 필요하다. “작은 교역”이나 “작은 결제”의 성사에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남북관계를 스스로 개선할 수 없는 현재의 한미 관계를 먼저 바꾸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한 마디에 꼼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탈피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온 나라의 지혜를 동원해서라도 마련해야 하다. 그리고 끈질긴 대미 협상 방안도 함께 세워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원하는 남북관계를 우리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자포자기에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 국정권자여! 부디 힘 있고 강한 모습을 보여 달라. 간절히 기원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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