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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 복수국적자 문제와 모병제
  • 편집국 편집국
  • 등록 2022-03-01 12:30:46
  • 수정 2022-03-01 15: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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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준혁 UN피스코 사무총장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대표


현행 국적법(제12조 2항, 제14조 1항)은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18세가 돼 병역 준비역에 편입된 경우, 당해 년 1∼3월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도록 하도록 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국적 포기)할 경우에는 이 기간에 신고해야만 한다. 이 기간이 지나면 만 37세까지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할 수 없게 돼 있다. 병역기피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이 헌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시(2020.9)했다.

그 이유는 첫째, 해당 국적법 조항이 예외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둘째, 시간이 지나 병역의무에서 벗어나는 경우에만 국적 이탈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자체가 위헌적이라는 것이다. 예외를 두지 않고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헌법을 위배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권고하고 있다. ’병역의무 이행의 공평성 확보‘는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입법목적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면서도 국적 이탈을 예외적으로 허가할 수 있는 적정한 기준을 확립하라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판시에 따라, 정부는 2022년 9월30일까지 국적법을 개정하는 입법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0월1일부터 본 조항은 효력을 잃게 된다. 그러나 국회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입법 공백 상태에 처할 가능성마저 있는 상황이다.

헌법재판소가 만 18세를 넘은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만 37세까지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할 수 없도록 한 국적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판정을 내린 것은 해외에 거주하는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기본권 침해에 주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해외에 있는 선천적 복수국적자 중에는 18세가 넘을 때까지 국적이탈신고를 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다. 우리나라 국적법은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한국 국적을 가진 경우, 그 자녀는 속지주의를 채택한 해당국의 국적과 함께 한국 국적을 동시에 보유하는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재외한인 2세들은 자신이 선천적 복수국적자인지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한인 2세들은 국적 포기 기간을 놓쳐 의도치 않게 장기간 복수국적자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성년이 돼 거주국에서 공직에 진출하거나, 군 복무를 비롯해 한국과 연결된 활동하려고 할 경우, 이중 국적자이기 때문에 제약을 받는 ‘선의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서둘러 국적 이탈 신고를 하려고 하나, 이미 때가 늦어 이후 20년간 국적 이탈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특히, 재외한인 여성의 경우에는 한국에서의 병역의무가 없음에도 국적이탈신고를 미처 하지 않음에 따라 선천적 복수국적자로 남아 거주국에서 받는 불이익이 상당하다.

헌법재판소가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 제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출생과 동시에 신고 없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복수국적자가 주된 생활 근거를 외국에 두고 경제활동을 해왔다면 국적 이탈 관련 법과 제도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 것도 위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판시대로 국적 포기를 허가할 수 있는 적정한 기준을 확립해야만 한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없을까? 의도적인 병역기피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병역기피가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포함해 생각해 보는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해결방안은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와 함께 현재의 군 복무제를 점진적으로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즉, 선천적 복수국적자에 국적 이탈의 예외적 허가제를 적용하는 한편, 현재의 징병제를 모병제로 바꾸어 가는 방법이다. 모병제를 통해 군복무를 당당하고도 어엿한 일자리로 만드는 것이다. 현재 모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캐나다, 호주, 인도, 대만과 폴란드 등이다.

1950년부터 한국은 ‘안보’를 이유로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충분한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한국보다 안보 상황이 훨씬 좋지 않은 대만도 모병제로 전환했다. 대만은 국가경제력 면에서나 병력 규모에서 중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유럽에서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도 모병제로 전환했다. 한국이 세계 10위 경제 대국이자 세계 6위의 군사 대국임을 감안하면 ‘안보’를 이유로 징병제를 고수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모병제가 우리에게도 낯선 선택은 아니다. 여성의 경우에는 이미 모병제가 시행 중이다. 여군 1만 명 시대를 맞이한 지도 오래다. 여군의 초봉은 현재 약 100만 원 정도이나, 모두 높은 경쟁률을 통해 선발된 사람들이다. 군을 직업으로 택한 여성들의 희망과 요구 사항들을 분석해 모병제를 위한 구체적이며 세심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으로 삼는 것을 제안한다. 마침 이번 20대 대선 과정에서 유력 대선 후보자들은 월급여 200만원에 상당하는 병사 처우 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 이를 발전시켜 모병제의 바탕을 마련하는 것도 우리 사회의 변화에 적극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모병제를 실시할 경우, 무엇보다도 젊은이들에게는 안정적인 복무와 급여를 제공할 수 있게 됨으로써 군 복무 자체가 일자리 창출에 부응하는 일이 된다. 고학력 위주의 기술 습득에 따르는 금전적·시간적 낭비의 사회적 폐단을 줄일 수 있다. 현재와 같이 고용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복무 여건이 향상된 군대는 좋은 일자리로 환영받을 것임이 확실하다. 더 나아가 모병제하의 군 복무자는 공무원과 동일한 신분을 가짐으로써 국가와 국민을 지키고 보호하는 사명감을 갖게 할 것이다.

모병제 채택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론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첫째, 모병제를 실시할 경우, 가난한 자식들만 입대하는 부작용을 가지고 올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주장이다. 모병제가 가난한 자식들이 힘들고 위험한 직업에 더 많이 종사하는 게 문제라면 빈부격차를 해소해서 더 수준 높은 복지사회를 구현해 나가는 것을 우선해야지, 징병제를 적용해 선택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한민국 헌법 제119조 1항에는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징병제처럼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무조건 군 복무시키는 것은 헌법의 가치에도 부합하지 않을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의 징병제가 평등과 공정성에 부합하지 않았던 점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징병제하에서도 고위 공직자 자녀의 병역면제는 일반인의 병역면제 사례보다 몇십 배나 많은 결과가 나타났음이 이를 반증한다. 소위 돈 있고 빽 있는 부모의 자녀가 군대 가지 않으려는 시도가 징병제의 공정성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둘째, 모병제로 바꾸면 지원자가 없어 병력 확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전쟁 억지력을 충분히 갖출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 주장 또한 근거가 없다. 모병제를 실시해 병력의 질을 높이고 4차 산업 위주의 국방력을 유지한다면 오히려 전쟁 억지력은 향상될 것이 분명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차기 대통령은 병사 처우 개선을 약속하고 있는 바, 군 복무를 하는 일정 기간 일반 기업에서 평균적으로 받는 급여보다도 높게 받을 경우, 군 복무 신청에는 높은 경쟁률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군 복무 상한 연령을 적절하게 높일 경우, 적정 병력 확보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셋째, 필요한 예산 마련이 장애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국방 예산을 포함한 국가 예산의 합리적인 이용과 군의 정예화를 통해 얼마든지 타개할 수 있다. 국회 예산처의 분석 결과에 의하면 모병제에 필요한 추가 예산은 한 해 2조6천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이와 같은 예산은 2021년 한 해 국방 예산의 약 55.3조원의 4.7%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모병제 실시에 따른 이익은 감히 측정하기가 어렵다. 징병제 폐지를 통한 개인의 자유와 인권의 신장은 돈을 따질 수 없는 소중한 가치다. 징병제에 따른 청년들의 활동 제약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모병제를 통한 급여 지급은 소비나 투자로 나타남으로써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모병제를 선택하지 않은 청년들로 해금 경제활동에 집중하게 만들 수 있어 경제성장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적법 개정은 먼저 선천적 복수국적자에 한해 국적 포기의 길을 열어주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동시에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한국에서의 군 복무를 신청할 경우, 이를 즉각 수용하는 한편, 만기 제대 후 한국에서의 활동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인센티브의 개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만, 선천적 복수 국적자라도 원정 출산의 경우 외국 국적을 포기한 경우에만 한국 국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평가된다. 모병제로 전환할 경우, 현행 헌법 제39조 2항의 개병제 조항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행정개선이 요구되는 몇 가지 점도 있다. 첫째, 1년 6개월이 넘는 국적 이탈 처리 시간을 대폭 단축하는 것이다. 복잡한 절차와 긴 소요 시간은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대상자에 대한 실질적이고도 중대한 불이익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둘째, 복수 국적 허용 연령도 대폭 낮추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한국 정부가 현재 재외동포에게 복수 국적을 허용하는 연령은 65세다. 2011년 국회가 국내에서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서약을 전제로 재외동포들의 복수국적 취득을 허용한 이후 11년째 변동이 없다. 당시 재외동포 사회가 희망한 복수 국적 허용 연령은 40~50세다. 병역의무가 만기 되는 만 37세를 넘기고도 28년을 기다려 복수 국적을 취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복수 국적 연령을 대폭 낮춤으로써 경제활동을 통해 한국과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다. 65세 이상의 은퇴자만을 영주귀국 목적에 부합할 수 있도록 복수 국적을 허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우리는 재외동포가 국력인 시대에 살고 있다. 재외동포들은 글로벌 한인 경제 네트워크의 주축이 되고 있다. 병역의무를 고의로 기피 하는 경우가 아니면, 젊은 재외동포들에게 왕성한 경제활동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이번 20대 대통령선거 후 각 당은 이 문제에 대한 보다 과감하고 전향적인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글로벌 표준에 맞는 국적법개정으로 한국계 카멜라 해리스, 한국의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가 출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출처 : 월드코리안뉴스(http://www.worldkore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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