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창제목적과 한국어 UN공용어 추진 [허준혁 한 방]
'한 소리 한 글자'인 한글을 쓰는 우리는 언어와 문자에 별다른 구분을 못느낀다. 반면에 중국어나 일본어처럼 언어 표기에 여러가지 문자가 병용되는 언어권 사람들에게는 언어와 문자가 구분된다.
알다시피 한글은 자음 14개, 모음 10개로 총 24개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져있다. 쌍자음, 겹자음으로도 불리는 복합 자음 5개와 이중 모음 11개를 포함할 경우 자음은 19개, 모음은 21개로 총 40개가 되는 탄력성을 가지고 있다.
자음과 모음들을 결합하여 총 11,172개의 글자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24개의 기본 글자로 이렇게 많은 글자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도 자랑스러울 뿐이다.
훈민정음 창제당시의 28개 자모음
세종대왕께서는 "바람소리, 학의 울음소리, 닭의 울음소리, 개짖는 소리" 등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소리를 글자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셨다. 당시 조선에는 통역을 담당하는 국가기관 사역원에서 중국어, 일본어, 몽골어, 여진어, 유구어, 위구르어 등을 다뤘다. 세종대왕께서는 이들 발음을 다 표기할 수 있도록 하셨던 것이다.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기본 자음과 모음이 총 28개였다. 지금과는 달리 모음은 아래아ㆍ 1개와 자음은 반치음 ㅿ, 옛이응 ㆁ, 여린히읗 ㆆ 3개가 더 있었다.
아래아ㆍ는ㅏ와 ㅗ의 중간 정도 발음으로 영어 발음할 때 가장 유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치음 ㅿ는 ㅅ과 ㅈ의 중간 정도 발음으로 영어 Z와 비슷하다 .
옛이응 ㆁ은 받침으로 사용하거나 세로적기때 아래에 붙여 순경음으로 만들었다. 여린 히읗 ㆆ은 ㅎ 보다는 약하고 ㅇ과는 비슷한 발음으로 T 묵음에 가까웠다.
사라진 병서와 연서 원칙
훈민정음이 모든 소리를 완벽하게 표기할 수 있음에도 잘못된 현행 맞춤법 때문에 제대로 구분할 수 없는 발음들이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알파벳 L과 R, P와 F, B와 V 등이다. 그러나 훈민정음 해례본의 병서와 연서 원칙을 따르면 모든 소리의 표기가 가능하다.
병서는 자음을 가로적기하는 것이다. L은 ㄹ, R은 'ㄹㄹ', 또는 'ㅇㄹ' 등으로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연서는 순음 ㅁ, ㅂ, ㅍ, ㅃ 아래에 ㅇ을 세로적기해서 ㅱ, ㅸ, ㆄ, ㅹ 같은 순경음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럴 경우 B는 ㅂ, V는 ㅸ', P는 ㅍ, F는 ㆄ로 구분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이던 1912년 '보통학교용 언문철자법' 개정으로 훈민정음의 발음체계는 크게 제한되었다. 아래아ㆍ를 폐지하고 한 글자 받침 ㄱ, ㄴ, ㄹ, ㅁ, ㅂ, ㅅ, ㅇ과 두 글자 받침 ㄺ, ㄻ, ㄼ'의 열 가지만 인정했으며, 설음 자모 ㄷ, ㅌ 등과 ㅑ, ㅕ, ㅛ, ㅠ의 결합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1933년 '한글맞춤법 통일안'은 ㄹ, ㄴ이 어두에 오면 ㅇ으로 발음하도록 한 두음법칙을 만들었다. ら(라)행 음이 어두에 오지 않는 일본어 법칙을 따른 것이다. 고도의 한국어를 발음구조가 단순한 일본어 문법에 짜맞춘 격이었다. 반치음 ㅿ, 옛이응 ㆁ, 여린히읗 ㆆ 도 이때 없어졌다.
세상 모든 발음 표기가능한 맞춤법 개정 필요
세종대왕께서 창제하신 훈민정음 덕분에 우리는 우리말을 소리나는 그대로 표기할 수 있다. 세계의 문자들 중 누가 왜 언제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는 건 한글이 유일하다.
문자(文字)를 새로 만들었는데 훈민정문(文)이나 훈민정자(字)가 아니라 훈민정음(音)이라 하여 소리에 중심을 준 뜻을 잘 헤아려야 한다. 하늘이라 말하면서 글은 天(하늘 천)으로 쓰는 '잘못'을 없애려 하신 것이다.
사라진 훈민정음의 4글자는 모든 소리와 외국어 발음을 더욱 정확하게 표기할 수 있는 글자였다. 이들 4글자와 병서-연서의 원칙 복원, 두음법칙의 폐기 등으로 훈민정음의 창제 정신을 살리고, 순경음-반치음 등 사라진 우리 발음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
알파벳도 나라마다, 단어 위치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일부 발음에는 움라우트를 사용해야하듯 표기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한글은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 읽어도 같은 발음으로 읽는 것이 가능하다.
한국어의 UN공용어 추진에 즈음하여 현대에 맞는 맞춤법 개정 등 한글을 세계최고의 국제 음성표기 문자로 발전시키기 위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때이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정신을 살려 세상의 모든 발음들을 완벽하게 표기할 수 있도록 하여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