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소프트파워와 '돌민정음' '아민정음' [허준혁한방]
최초로 해외에서 열린 2023 세계한인 비즈니스대회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며 K-팝 공연과 함께 성공리에 마무리되었다. 8월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도 K-팝 공연과 떼창으로 마쳤다.
한국의 '떼창(singalong)' 문화가 세계적으로 새로운 K-공연문화를 이끌고 있다. K-팝 아이돌팬들은 알파벳으로 한국 낱말의 발음을 그대로 옮겨 적고 따라함으로써 한국에서 통용되는 느낌을 그대로 살리고자 한다.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K-팝을 온전히 그대로 즐기려는 것이다.
이른바 ‘돌민정음’이 K-팝의 인기에 따른 또 하나의 세계적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돌민정음은 아이돌(Idol)의 '돌(dol)'과 훈민정음을 합친 합성어이다. 아이돌 팬들이 한국어를 번역하지 않고 한글 발음 그대로 읽고 쓰는 것을 말한다.
오빠는 Older brother가 아니라 Oppa로, 언니는 Older sister가 아니라 Unni로, 사랑해는 I love you가 아니라 Saranghae로 쓰고 읽는다.
돌민정음을 주도해 온 것은 BTS 팬클럽 '아미'가 만든 ‘아민정음’이다.유투브에는 아미들이 만든 BTS 한국어 가사 발음의 로마자표기와 영어 자막 동영상들이 실시간으로 쏟아진다.
돌민정음은 외국어로 대체할 단어가 마땅치않을 경우에도 사용된다. 자주 쓰이는 신조어나 파이팅, 스킨십 등 이른바 '콩글리시'도 돌민정음으로 사용된다.
'팬덤 단어'인 돌민정음 중 일부는 공식 단어로 등재되기도 한다. 옥스포드 영어사전이 만들어진 이후 약 130년 동안 등재된 한국어 단어는 총23개였다. 하지만 2021년 한해 동안 무려 26개가 등재되었다.
오빠, 언니, 누나, 먹방, 삼겹살, 잡채, 김밥, 반찬, 불고기, 치맥, 대박, 동치미, 갈비, 한류, 한복, 콩글리시, 만화, 애교, 파이팅, 스킨십, PC방 등이 그것이다
이중 먹방(mukbang)과 치맥(chimaek) 등은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없는 단어들이다. 표기 역시 국립국어원 로마자 변환법에 따르면, 먹방은 meokbang으로 해야지만 외국인들이 발음하기 쉬운 철자로 썼다. 언니(unni)와 누나(noona)도 마찬가지이다. 돌민정음에 대한 편견이나 우리의 표기방식을 짚어볼 부분이다.
하버드대 조지프 나이 교수는 돈이나 권력이 아닌 '매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소프트파워'를 제시했다. K-팝과 K콘텐츠 등으로 대변되는 K-컬처는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소프트파워이다.
K-컬처는 이제 더이상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K-한류의 원조 태권도를 시작으로 '가을동화' 등 K-드라마가 K-한류의 시작을 알린데 이어 K-팝이 그 열기를 앞장서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K-무비 K-푸드도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의 유행이 시작되면 또 다른 분야가 유행하는 문화적 현상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 K-컨텐츠의 폭발력과 잠재력이다. 좋아만 하는 게 아니라, 한국에 와서 직접 배우고 느끼고 싶은 '매력'을 주는 막강한 소프트파워를 가진 K-컬처이다.
우리에게는 K-소프트파워를 극대화할 수 있는 한글이 있다. 돌민정음은 전세계 K-팝 팬들이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배우는 방법으로, 우리에게는 한국어를 널리 알리는 기회이자 가능성이다. 노래가사를 아는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한글을 배운다.
K-컬처의 완성은 한국어의 UN공용어지정이다. 세계각지의 세종학당과 한글학교 등 한글과 한국어의 세계화를 위한 교육시스템과 K-콘텐츠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