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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50cm가 넘는 긴 투표용지와 재외동포 [허준혁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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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4-02-18 01: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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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50cm가 넘는 긴 투표용지와 재외동포 [허준혁한방]



“The ballot is stronger than the bullet"

- 투표(ballot)는 총알(bullet)보다 강하다.(링컨)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중 한명인 링컨의 이 말은, 미국 정치의 민주주의 정신을 규정한 게티즈버그 연설과 함께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표현으로 유명하다.


Ballot(투표)의 어원


Ballot(투표)의 어원은 이탈리아어 Ballotta(작은 공)이다. Ballotta는 balla(공)에 ‘작다’는 뜻의 ‘otta’가 붙은 것이다. 고대 아테네에서 Ballotta라 부르는 흰 공과 검은 공을 투표함에 넣어 찬반을 가렸던 데서 유래한다.


Bullet(소총탄, 작은 공)는 프랑스어 boule(공)에 ‘작다’는 뜻의 ‘ette’가 붙은 boulette(작은 공)에서 비롯되었다. '작은' 한 표가 모여 어떠한 파고를 이루며, 둥근 '공'이 어디로 갈지는 누구도 모른다는 점에서 투표의 어원과 유래가 지니는 의미는 참으로 심오히고 미묘하다.


제 22대 총선 재외선거인 7.6% 등록


22대 국회의원 선거 국외부재자 신고와 재외선거인 (변경)등록신청 결과 총 197만 4,375명 중 15만 701명이 신고·신청을 마쳐 7.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외부재자 12만 541명, 재외선거인 3만 160명(영구명부 등재자 2만 5,743명 포함)이다.


국가별로는 미국 3만 4,490명, 일본 2만 5,230명, 중국 1만 7,152명으로 3개국 신청자 수가 전체의 51%를 차지했다. 대륙별로는 아시아-태평양이 7만 6,950명(51.0%)으로 가장 많았고, 미주 4만 7,905명(31.8%), 유럽 1만 9,769명(13.1%), 중동 3,966명(2.6%), 아프리카 2,052명(1.4%) 순이었다.


역대 재외선거인 투표율


이번 22대 국회의원선거 재외선거인 등록은 21대 214만 9,691명 중 17만 7,348명 보다 2만 6,647명이 감소한

(15%) 수치이다.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첫 재외국민 투표를 실시한 이래 가장 적은 기록이다.


문제는 이렇듯 낮은 유권자 등록율이 실투표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또 다시 심각한 이탈을 수반한다는 것이다. 2012년 19대 45.7%, 2016년 20대 41.4%에 이어 2020년 21대는 역대최저인 23.8%를 기록했다.


가장 많은 재외선거인이 참여한 선거는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였다. 당시 추정 선거권자 197만 8,197명 중 29만 4,633명(14.9%)이 재외선거인 등록을 마치고, 21만 1,981명(75.3%)이 투표에 참여했다. 전체 투표자(3,280만 8,377명)의 0.65%에 불과한 수치였다.


2022년 20대 대선에는 재외유권자 22만 6,162명 중 16만 1,878명(71.6%)이 투표에 참여했지만 전체 투표자(3,406만 7,853명)의 0.48%에 불과했다.


역대 총선 재외선거율은 더 참담하다. 2012년 19대 45.7%, 2016년 20대 41.4%에 이어 2020년 21대 때는 역대최저인 23.8%를 기록했다.


재외선거인 실투표율이 저조한 이유


이렇듯 실투표율이 저조한 이유는 유권자 등록이 이메일이나 우편으로 가능한 데 비, 실제 투표는 재외공관이나 원거리 투표소를 방문해야하는 선거법도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이다.


재외동포들의 오랜 염원에도 불구하고 선거법이 개정되지 않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정치권이 재외동포를 무서워하지 않는 데 있다. 정책결정권과 예산권을 쥐고 있는 정치권이 재외동포는 선거 결과를 좌우할 만한 변수가 안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외동포들은 높은 유권자 등록과 실투표율로 힘과 뜻을 보여줘야 한다. 2023년말 현재 재외동포는 총 181개국 708만 1,510명으로, 2023년 한국 인구 5,132만 5,329명 대비 13.79%에 달한다. 전세계적으로도 중국, 인도 등에 이어 다섯 번째 규모이다.


복수국적 연령완화, 세계한인 지원법 제정, 재외동포'청'의 '처(부)'로의 승격, 재외 선거구 신설, 재외 청년들의 병역 복무 대체, 거주국 정부와의 민간 외교 등 재외국민과 세계한인들을 위한 일들이 산적해있다. 그럼에도 국회에는 재외동포를 대표하는 자리가 한 석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길어진 투표용지와 재외동포


링컨 이전의 미국은 "The United States are~"라고 복수형으로 표현하는 주들의 연합체였다. 그렇지만 링컨 이후에는 "The United States is~"라고 단수형으로 표현하는 하나의 나라이자 진정한 '미합중국(The United States)'이 되었다. '위대한 세계한인의 시대' 역시 각종 투표를 통해 세계 각지의 한인과 모국이 하나가 될 때 가능하다.


22대 국회의원 재외선거인 투표는 3월 27일부터 4월 1일까지 세계 178개 공관과 한인회관 등에 설치되는 투표소에 진행된다. 21대 총선 때 비례대표 투표용지는 35개 정당에 길이 48.1㎝였다. 2024년 2월 19일 현재 50개의 정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되어 있으며 10여개의 창당준비위원회가 활동 중이다.


이들 정당이 4·10 총선에 후보를 낼 경우, 비례대표 투표용지 길이가 50㎝를 넘어 새로운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 50cm가 넘는 긴 투표용지에는 재외동포들을 대표할 후보나 정당이 얼마나 있을까? 있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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