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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책의 날,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 [허준혁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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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4-04-19 15: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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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책의 날,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 [허준혁한방]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


러시아의 소설가 투르게네프는 인간의 유형을 햄릿형 인간과 돈키호테형 인간으로 나누었다. 셰익스피어의 소설 속 햄릿은 숙부에 의해 살해당한 아버지의 복수를 꿈꾸는 우유부단한 인간형의 대명사다. 반면 세르반테스의 소설 속 돈키호테는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인간형을 일컫는다.


셰익스피어가 햄릿을 발표한 것은 1600년,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를 발표한 것은 5년 뒤인 1605년이다.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두 유형이 비슷한 시기에 나온 것이 이채롭다.


셰익스피어(Shakespeare)이라는 성은 '흔들다'를 뜻하는 shake와 '창'을 뜻하는 speare로 이루어져 있다.

서양에서 성은 보통 직업군에서 유래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창을 잘 쓰는 선조의 집안 출신이라는 유추가 가능하다. 창보다 날카로운 펜을 후대에 남긴 셰익스피어와 창을 들고 무작정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를 연관 짓는 것은 지나친 억측일까?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세계 문학계의 두 거장 영국의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년생)와 스페인의 미겔 데 세르반테스(1547년생)는 공교롭게도 1616년 4월 23일 같은 해 같은 날 숨을 거뒀다.


4월 23일은 유네스코가 1995년 지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다.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의 타계를 기리는 동시에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방에서 책 읽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4월 23일 '세인트 조지' 축제일의 의미도 담고 있다. 또한 매년 4월 2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어린이책의 날(World Book Day for Children)'이다. '안데르센 동화'로 유명한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생일을 기려 정했다.


억대 최저치 한국의 성인 독서율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책을 한 권이라도 읽은 종합독서율이 성인의 경우 43%에 그쳤다. 1994년 조사 실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1994년 86.8%에 달했던 성인 종합 독서율은 2013년(72.2%) 이후 매번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종합 독서량 역시 3.9권으로, 직전 조사보다 0.6권 줄었으며, 하루 평균 독서시간은 18.5분, 주말에는 25분으로 나타났다.


반면 초·중·고교학생의 종합 독서율은 95.8%로, 2021년 대비 4.4% 포인트 상승했다. 종합 독서량 역시 36.0권으로, 같은 기간 1.6권 더 늘었다


월평균 소득 500만 원 이상인 고소득층의 독서율은 54.7%로 높았지만, 월소득 200만 원 이하인 경우 9.8%에 불과해 소득에 따른 독서율 격차가 뚜렷했다.


디지털 시대의 우울한 자화상


책을 읽기 어려운 이유로는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24.4%) ‘책 이외의 매체(스마트포, TV, 영화, 게임)를 이용해서’(23.4%), ‘책 읽는 습관이 들지 않아서’(11.3%)의 순이었다.


독서량 부족에 따른 서점의 몰락도 불가피하다. 2023년 12월 기준 국내 서점은 총 2484곳으로 2022년보다 44곳(-1.74%)이 줄었다. 학교 앞마다 동네마다 보이던 서점을 보이지 않는 이유이다. 전국 기초단체 중 서점이 한 곳도 없는 곳은 10곳이며 단 1곳에 불과한 ‘서점 멸종 예정’ 지역도 25곳이다.


인터넷과 디지털시대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과도한 디지털 기기 의존은 ‘디지털 치매’로 이어진다는 게 정설이다.

책을 읽을수록 언어·기억력을 관장하는 측두엽이 발달한다고 한다.


토끼에게 배우는 지혜


사람의 기능은 20세부터 퇴화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기로부터 잠시 벗어나는 시간을 갖는 동시에 기억의 되새김질로 기억력을 보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토끼는 가성반추동물로 소화기관이 부실해 먹이를 한 번에 소화시킬 수 없다. 그래서 먹은 먹이를 한 번 소화시킨 후 밤이나 이른 새벽에 작고 연한 연녹색의 식 변을 누고 그 변을 다시 먹는 방법으로 되새김질한다.


기억력이 나빠졌다고, 책을 읽어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체념해 버리면 노년으로 갈수록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무리하게 한 번에 소화시키지 않는 토끼의 지혜처럼, 한 번 읽은 책이나 글들을 다시 읽어 내 것으로 만든다면 인생이 훨씬 풍요롭지 않을까?


책의 날을 맞아 책과 함께 했던 젊은 날의 내 인생을 다시 한번 돌아보며 앞으로 걸어가야 할 내일을 그려 본다. 햄릿처럼 신중하되 실천은 돈키호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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