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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혁한방] 달하 높이곰 도다샤
  • 편집국
  • 등록 2025-10-06 01:45:39
  • 수정 2025-10-06 01:5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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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혁한방] 달하 높이곰 도다샤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는 약 38만 4,400킬로미터이다. 자동차로 약 160일, 비행기로 20일, 초속 8킬로미터의 로켓은 13시간이 걸린다. 머나먼 거리이지만, 인류는 오래전부터 그 달을 바라보며 시간의 흐름을 배우고 삶의 리듬을 만들어왔다.


지구와 달, 그리고 태양은 서로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돌며 우리에게 하루, 한 달, 일 년이라는 삶의 시간표를 선물한다. 지구가 스스로 한 바퀴 돌면 하루가 되고,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돌면 한 달이 되며,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면 일 년이 된다.


해는 달보다 395배나 크지만, 지구와 달의 거리보다 395배 더 멀리 떨어져 있어 우리 눈에는 두 천체가 같은 크기로 보인다. 참으로 신비로운 우주의 조화다.


달은 인류의 삶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달의 중력은 바다의 밀물과 썰물을 일으켜 해양 생태계를 형성했고, 농경 문화의 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달의 주기는 음력으로 이어져 인류가 달력을 만들고 계절과 농사, 제사의식의 시기를 정하는 데 기준이 되었다.


동양의 문화 속에서 달은 언제나 신성한 존재였다. 한·중·일 모두 달과 토끼, 제사의식의 상징이 어우러져 풍요와 장수, 공동체의 화합을 기원했다. 보름달과 떡의 문화는 세 나라가 공유한 달빛의 상징이었다.


중국의 월병은 둥근 달을 본떠 가족의 단합과 화합을 상징하며, 달 속 토끼가 불사의 약을 찧는 전설과 연결된다. 일본의 모찌는 달맞이 의식의 음식으로, 달 속 토끼가 모찌를 찧는 신화와 이어진다.


우리의 송편은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의 가을 수확제에서 유래해, 조선 시대에 한가위 풍속과 결합했다. 음력 팔월 보름날 조상께 송편을 올리고 가족이 함께 나누며 복과 풍요를 기원하는 전통이 자리 잡았다.


송편은 솔잎 위에 올려 찐 떡을 말한다. 옛 기록에는 ‘소편’ 또는 ‘솜편’으로 불렸으며, ‘편’은 원래 납작하고 둥근 떡을 의미했다. 솔잎은 향을 입히고 부정을 막으며, 떡이 오래 보관되도록 돕는다.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예쁜 자식을 낳는다”, “송편을 나눠 먹어야 복이 들어온다”는 속담은 송편이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가족의 행복과 공동체의 화합을 상징하는 의례임을 말해준다.


송편을 반달 모양으로 빚는 이유는 아직 다 차오르지 않은 달처럼, 앞으로 더욱 충만하게 차오르길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떡을 빚고 나누는 행위는 세대를 잇는 사랑의 의식이며, 풍요와 연대의 상징이다.


보름달 아래 정안수를 떠놓고 달빛을 바라보며 자식의 건강과 행복을 빌던 어머니의 마음.

그 마음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사랑과 돌봄, 그리고 세대 간의 유대를 잊지 말라고 일깨워준다.


그 어머니는 또한 누군가의 아내였다. 1300년 전,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혹 진흙탕물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하던 여인이 있었다. 그는 달이 높이 떠서 남편의 길을 밝혀주기를 기원하며 노래했다.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의 노래이자 가장 오래된 한글 가요인 <정읍사>이다.


“달하, 높이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달이여, 높이 떠올라 내 님 가시는 길을 밝히소서.)


달빛 아래서 노래하던 그 여인의 기원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진다. 사랑하는 이를 걱정하고, 가족의 평안을 빌며, 서로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은 시대를 넘어 변함없다. 송편의 따스함처럼, 달빛 속에 사랑과 배려, 감사와 평화가 가득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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