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혁한방] "조국은 마지막 울타리로서 동포들을 지켜야 한다"
- 현대차·LG 배터리 공장 단속 사태, 시험대에 오른 한국 정부와 기업의 책임
국제인권규약(ICCPR)의 심각한 위반
2025년 9월 5일,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이 국토안보수사국(HSI)의 전격 단속을 받았다. 단 하루 만에 475명이 체포되었고, 그중 300명 이상이 한국 국적자였다. HSI 역사상 단일 현장 최대 규모의 단속으로 “강경 이민 정책의 신호탄”이라는 일부의 해석도 있지만 한국 사회는 충격과 우려에 휩싸였다.
이번 단속은 표면적으로는 미국 이민 및 국적법(INA)을 근거로 진행됐다. 그러나 국제인권규약(ICCPR,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과 국제법 기준을 보면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체포와 구금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충분한 법적 대리인 접견권 △통역 지원 △영사 접견권이 보장되었는가 하는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ICCPR 제9조와 제14조는 구금자의 권리와 공정한 재판 보장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단순 법 집행도 국제적 책임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미국 내 법원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다 해도, 국제인권 기준에서 보면 한국인 근로자들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즉, 법 집행은 합법적이었다 하더라도 인권적 책임은 별도로 요구된다는 점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다.
과거의 교훈과 현재의 경고
이번 사태는 과거 미국 내 대규모 이민 단속을 연상시킨다.
역사적 사례와 비교하면, 이번 사건은 과거 스위프트 단속(2006년, 1,300명 체포)과 포스트빌 레이드(2008년, 수백 명 체포)를 연상시킨다. 당시 단속은 지역 경제와 공동체가 붕괴되고 가족을 해체하는 결과를 낳았다.
현대·LG 사태는 규모 면에서 유사하지만, 특정 글로벌 기업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집중 단속 대상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국면이다. 공급망 관리와 이민법 집행이 충돌하면서 글로벌 산업과 외교가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
법 집행인가, 정치적 메시지인가?
외교적 파장은 이미 현실이 됐다. 한국 정부는 긴급 대응팀을 꾸리고 영사 지원과 법률 자문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현대차와 LG는 “직접 고용이 아닌 협력업체 소속”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관리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정치적 맥락도 무시할 수 없다. 이번 단속이 순수한 법 집행인지, 정치적 메시지인지는 논란거리다. 이민 문제는 미국 대선 정국에서 반복적으로 부각되며, 강력 단속은 정치적 상징성을 가진다. 한국 기업과 정부가 외교적 대응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한국 기업과 정부에 주는 교훈
이번 사건이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첫째, 기업의 준법 경영 강화가 필요하다. 글로벌 투자를 진행할 때 협력업체 고용까지 철저히 관리하지 않으면, 법적·외교적 위험이 폭발할 수 있다.
둘째, 외교적 안전망 제도화다. 한국 정부는 해외 근로자 보호를 위해 △사전 법률 컨설팅 △비상 영사 지원 체계 △현지 로펌·커뮤니티 연계망을 구축해야 한다. 사후 대응이 아닌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법 집행과 인권 보호의 균형이 중요하다. 엄정한 법 집행은 존중하되, 기본적 인권 보장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을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타국에서 범죄자로 낙인… 세계한인을 지켜야!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 묻는다. “타국에서 흘린 땀방울이 하루아침에 범죄가 될 때, 대한민국은 자국민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법과 외교, 기업과 정부가 균형을 잡을 때, 우리는 글로벌 시대에서도 당당한 세계한인으로 우뚝 설 수 있다.
이번 사태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단순한 체류 신분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인간의 존엄과 세계한인의 자존심이다. 동시에 양국 모두 더 성숙한 협력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민의 역사 속에서 한국인은 언제나 치열하게 살아남았다. 이번 시련 역시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그 강함은 개인의 고통이 아니라, 조국의 보호 속에서 길러져야 한다. 국경은 갈라놓을 수 있어도, 동포의 눈물과 가족의 고통은 갈라놓을 수 없다.
"조국은 마지막 울타리로서 동포들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