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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칼럼] 북한의 버티기와 대화속셈, 우리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때


남북미 3각관계가 뒤엉킨 실타래처럼 헝크러졌다. 2년 반전에 평창올림픽을 시작으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번갈아 열리면서 한반도평화에 대한 기대로 부풀었던 기억이 새롭다. 얽힌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답답하다.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선순환을 기대했다. 북미대화기 비핵화의 길을 트고 남북이 실질적 협력을 추진하는 구도였다. 또한 남북대화가 평화정착의 숨통을 마련하면 북미관계가 진전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북미대화가 삐걱거리면서 선순환관계가 작동하지 않고 남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놓였다.

하노이 회담의 결렬로 제재해제와 경제도약을 꿈 꾸었던 북한의 고민이 깊어졌다. 북한은 궁여지책으로 자력갱생으로 버티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제재해제에 연연하지 않고 내부 자원을 동원하여 생존하겠다는 것이다. 엎친데 덥친격으로 코로나 19는 북한의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북한은 코로나에 대응하여 인적 왕래와 교역을 차단하는 셀프 봉인체제를 만들었다. 북한 당국이 방역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을 보면 북한도 코로나에서 예외라고 볼 수 없다.

코로나는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교역단절로 식량, 필수품, 자재 등의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당 정치국회의에서 평양시의 생활보장 대책을 논의한 것을 보면 상황이 심각한 것 같다. 얼마전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의 건설부진을 질타하고 간부진을 전원 교체한 것을 보면 자재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실정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6월 초 남측에 대해 공세조치를 취함으로써 국면전환을 시도했다. 북한은 대북전단살포 비난을 시작으로 남북간 모든 연락선 차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군사조치 예고 등으로 긴장을 고조시켰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대남군사훈련계획을 보류하는 결정을 하면서 한 고비를 넘겼다.

북한의 롤로 코스터와 같은 대남정책은 복합적 의도를 품고 있다. 우선 제재와 코로나로 인한 주민동요를 막고 내부결속을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민을 대대적으로 동원하여 대남비난을 하고 남측에 책임전가를 함으로써 주민들의 불만을 무마하려는 것이다. 또한 남측에 대해 쌓인 불만도 있다. 대북전단 살포가 기폭제가 되었지만 남북합의사항의 불이행, 대미의존 등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북한이 남북관계의 대적관계로의 전환을 선언했지만 남북합의사항의 이행과 미국으로부터의 자율성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요구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7월에 들어 북한은 방향을 틀어 미국을 대상으로 메시지를 발표하였다. 대미전선의 정면에 나선 김여정 제1부부장은 7월 초 언뜻 이해하기 힘든 담화를 발표했다. 올해 3차 북미정상회담이 불가하다고 하면서 미국에 대한 불만을 열거했다. 대북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프레임을 내세우면서 대북제재 연장, 북한의 인권문제 언급, 불량국가 지칭, 테러지원국 재지정 등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흥미로운 것은 대미위협의사가 없으며, 비핵화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 점이다. 그리고 정상간 개인적 친분유지를 강조하고 트럼프의 재선에 대한 덕담도 잊지 않았다. 더욱이 미 독립기념일 행사의 DVD를 개인적으로 받고 싶다는 이례적인 부탁도 하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제재와 코로나의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북한은 내부 결속과 버티기에 의해 체제 단속을 하고 있다. 남측에 대해서는 실망을 토로하면서 국면전환의 기회가 만들어지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미국의 대선 상황을 주시하면서 미국을 자극하지 않고 대화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미국은 대선에 집중하고 북한은 대내문제에 역점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공은 우리에게 돌아왔다. 올 하반기 한반도상황을 관리하면서 국면전환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과제가 주어진 것이다. 대내적으로 남북합의사항의 이행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북전단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남북합의문을 국회에서 동의함으로써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법적 토대를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제재상황에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유형별로 추진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우선 제재와 무관한 인적 교류, 철도·도로 기초조사, 이산가족상봉 등과 같은 분야에서 남북대화의 고리를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보건·의료협력, DMZ 국제평화지대화, 산림협력, 환경협력 등과 같이 제제해제가 필요한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남북협력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대미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한미워킹그룹이 제재를 기준으로 남북협력사업의 이행 여부를 재단해왔다. 그러나 남북이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분야 및 인도주의 분야는 한미워킹그룹의 어젠다에서 제외해야 한다. 또한 유엔제재위원회에서 보건의료협력, 산림협력, 환경협력 등에 대해 일괄면제를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일상의 시계가 멈추고 한반도평화의 순풍도 중단된 상태다. 남북의 주도력과 창의력으로 한반도평화의 시계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지혜와 열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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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7-28 12: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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