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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낙엽... 은퇴남편증후군과 부원병(夫源病) [허준혁한방]


퇴직한 남편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가정을 등한시 했던 남편들이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보니 ‘남편 부재(不在)’생활에 익숙했던 주부들은 리듬이 깨지면서 심리적 부적응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을 노부오 쿠로카와박사는 1991년 ‘은퇴 남편 증후군’(RHS : Retired Husband Syndrome)으로 명명했고, 이시쿠라 후미노부 교수는 2011년 퇴직한 남편의 간섭하는 말이나 행동 때문에 아내가 스트레스를 받아 생기는 각종 질환을 '부원병(夫源病)'이라 했다.


이시쿠라 후미노부는 “참을성이 많은 현모양처일수록 부원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며, 가부장적인 남편뿐만 아니라 가사를 잘 돕고 있다며 착한 남편이라고 자만하는 남편 모두가 바이러스 제공자라 했다.


일본에서는 퇴직이후의 인생에 대한 준비없이 은퇴한 50∼60대 남편들을 ‘누레오찌바’ 즉 ‘젖은 낙엽’이라고 부른다. 구두나 몸에 붙으면 쉽게 떼어지지 않는 젖은 낙엽처럼 퇴직 후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서 집안 일을 도와주지 않는 남편을 빗댄 말이다.


의학적 측면에서 볼때 남성의 경우 50대 이후에는 여성성이 증대하여 ‘남편 바가지’가 잦아지면서 ‘영감 시집살이’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본인은 잔소리가 아니라 ‘가장이 맥을 짚어주는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문제가 있다.


아내의 입장에서는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나면 내 세상이었는데 퇴직한 이후에는 온종일 남편 눈치보면서 일일이 챙겨줘야하니 더욱 피곤해진다.


고령화와 동시에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부원병이라는 단어가 다시금 인터넷을 중심으로 회자되고 있다.


생식과 사냥의 임무가 끝난 늙은 수컷은 가족에 짐이 된다는 것은 동물의 세계나 인간의 세계나 만고불변의 원칙이지만 전쟁- 전염병-기근이라는 '3재(災)'가 없어지면서 인류는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장수시대에 돌입하였다. 


가족부양과 사회생활을 다한 50세부터는 숲속에서 혼자 지내거나 떠돌이생활을 하며 명상-수행-고행하는 임서기(林棲期)로 살다가 뼛가루를 갠지스 강에 뿌리는 것이 소원인 인도의 힌두교도처럼 살기가 어렵다면, 부엌에서 가사일을 하는 '취사기(炊事期)'로 지내야한다는 것이다.


남편 때문에 생긴 속병이 부원병이다. 부원병 생기지 않게 최선을 다하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이자 당위이다.


● 인명재처(人命在妻) : 운명은 아내에게 있다.

● 진인사대처명(盡人事待妻命) : 최선을 다한 후 아내의 명령을 기다려라.

● 수신제가(修身제가) : 손과 몸을 쓰는 일은 제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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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8-11 13: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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