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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 국회의원과 '어벤져스' 국회 [허준혁한방]


각나라의 국회 표기와 국회의 어원


의회(국회)의 영문표기 Parliament(팰러먼트)의 어원은 "말하다", "이야기하다"는 뜻의 프랑스어 parler(빠흘레)이다. parler에 ment가 결합한 프랑스어 Parlement(빠흘러멍)은 '모여서 말하는 장소'인 의회(상-하원 통칭)를 의미하며, 영문 표기가 Parliament이다. 영연방 계열 의회 대부분이 사용한다.


미국 등 아메리카대륙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의회 표기를 Congress(콘그레스)로 한다. 함께(con) 모여서 적법한 단계(gress)를 거쳐 처리하는 곳이란 의미이다.


일본, 덴마크, 스웨덴등에서는 의회를 Diet(다이어트)라고 한다. 식단조절을 뜻하는 다이어트와 같은 말로 그리스어 diaita에서 나왔으며, 그날 정해진 먹을 것, 정해진 일 등 '생활방식(way of living)'을 뜻한다. 국민들의 일상적 삶과 건강한 삶의 문제를 다루는 곳이라는 의미를 안고 있다.


우리나라는 National Assembly(어쎔블리)로 표기한다. assemble은 "조립하다", "짜맞추다", "모이다", "회합하다" 등의 뜻으로 국가적 일을 위해 모인 곳이라는 의미를 안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하원(국민의회)을 지칭하는데, 프랑스혁명때의 국민의회(Assemblée nationale)에서 시작된 것이다. 


13.67% 인구와 0.06% 예산


4월10일 실시되는 제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재외선거인 등록과 신청이 한창이다. 마감은 2월 10일까지이며, 투표는 3월 27일 부터 4월 1일 동안 진행된다.


2023년말 현재 재외동포청이 집계한 재외동포는 총 181개국 708만1,510명으로, 2023년 한국 인구 5,132만5,329명 대비 13.79%에 달한다. 전세계적으로도 중국, 인도 등에 이어 다섯 번째 규모이다.


2024년 656조 6,000억원 정부 예산안에서 재외동포청 예산은 1,054억 7,700만원으로 확정됐다. 기존 재외동포재단 예산 630억보다 67.5%(425억원) 증가했지만 전체 예산 중 0.02%에 불과하다. 재외동포 인구와 비슷한 부산-울산-경남의 총예산 21조2천억원과는 비교조차할 수 없다. 


정치권이 재외동포를 무서워하지않는 이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이런 결과는 재외동포들의 힘이 약한데서 비롯된다. 정책결정권과 예산권을 쥐고 있는 정치권에서 재외동포는 선거 결과를 좌우할 만한 변수가 안된다는 취급을 받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번 선거는 지난 2012년 19대 총선 이후 7번째 치러지는 재외선거이다. 그중 가장 많은 재외선거인이 유권자 등록을 하고 투표한 선거는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였다. 당시 추정 선거권자 197만8,197명 중 14.9%인 29만4,633명이 재외선거인 등록을 마치고, 75.3%인 21만1,981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전체 대선 투표자(3,280만8,377명)의 0.65%에 불과한 수치이다. 


가장 최근에 치러진 2022년

20대 대선에선 재외유권자 22만6,162명 중 71.6%인 16만1,878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전체 대선 투표자(3,406만7,853명)의 0.48%에 불과하다.


역대 총선 재외선거율은 더 참담하다. 2012년 19대 45.7%, 2016 년 20대 41.4%에 이어 2020년 21대때는 역대최저인 23.8%를 기록했다. 정치권이 재외동포를 무서워하지 않는 결정적 이유이다.


재외선거는 있으나 재외동포는 없다 


재외선거 참여가 저조한 가장 큰 이유는 공관방문 투표방식이다. 우편투표와 전자투표 도입도 계속 무산되고 있다. 실제 투표권자인 재외동포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재외선거는 있는데 재외국민과 재외동포는 안중에 없는 셈이다.


턱없이 부족한 재외동포 관련 예산을 현실화시키고, 재외선거인들의 투표 참여를 막는 선거제도를 바꿔야한다. 그러기 위해선 재외선거인들의 적극적인 투표가 정답이다. 


그러나 문제는 '뽑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재외선거는 있지만 정작 뽑아아할 재외동포후보는 없다.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여성·노동·청년·장애인 등 부문별 '몫'을 배정해 추천했다. 여야 정치인들이 동포사회를 만날 때마다 비례대표를 약속했으나 결국은 거짓말이었다. 


300의석 중에서 재외동포 708만명을 대표하는 의석이 한자리도 없다. 이제는 재외동포청도 생겼다. 재외동포청과 재외공관을 감시하고 재외동포(세계한인)을 대표하여 '말하고' '이야기'할 재외동포 국회의원이 반드시 있어야할 때가 됐다. 


재외동포 국회의원과 '어벤져스' 국회


궁극적으로는 권역별 재외선거구 신설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거론조차 되지않는 현실에서 비례대표만큼은 반드시 확보되어야한다. 위성정당 방지가 보장된 연동형이나 준연동형을 채택할 경우 세계한인들의 대표성을 반영하는 비례정당도 검토가능하다. 병립형의 경우 당선가능 상위순번 배치가 담보되어야한다. '수혜대상' 재외동포대표가 아니라 '영입대상' 세계한인대표라는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어벤져스 : 엔드게임>에서는 캡틴 아메리카가 어벤져스 동료 히어로들에게 나즈막히 한마디 외치면서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그리고는 마침내 승리한다. 그 한마디는 "Assemble!"이었다.


제22대 대한민국 국회, National Assembly도 재외동포 국회의원(세계한인대표)를 국회에 진출시킴으로써 완전합체된 '어벤져스' 국회가 되어야 한다. 청룡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듯 여야 재외동포 국회의원(세계한인대표)들이 화룡점정을 찍고 첫 등원하는 제22대 국회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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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1-16 08: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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