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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겨레에게 숟가락이 지니는 의미 [허준혁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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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4-05-31 11: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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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겨레에게 숟가락이 지니는 의미 [허준혁한방]

숟가락의 받침이 'ㄷ'(디귿)인 이유

젓가락은 받침이 'ㅅ'(시옷)인데 숟가락은 왜 'ㄷ'(디귿)일까? 젓가락은 젓가락을 의미하는 한자 ‘저(著)’와 가늘고 길게 토막이 난 물건의 낱개를 뜻하는 ‘가락’에 사이시옷이 들어간 단어다. ‘비+자루’가 ‘빗자루’, ‘차+잔’이 ‘찻잔’이 된 것과 같은 이치다.

같은 맥락에서 ‘숟가락’도 사이시옷이 들어가 ‘숫가락’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할 수 있다. ‘숟가락’은 밥 등 음식물을 떠 그 분량을 세는 단위인 ‘술’에 ‘가락’이 붙어 이루어진 단어다.

한글 맞춤법 제29항에는 끝소리가 ‘ㄹ’인 말과 딴 말이 어울릴 때 ‘ㄹ’ 소리가 ‘ㄷ’ 소리로 나는 것은 ‘ㄷ’으로 적는다는 규정이 있다. 이에 따라 ‘이틀+날’은 ‘이튿날’, ‘설+달’은 ‘섣달’이 된다. 같은 이치로 '술+가락'은 숟가락이 된 것이다.

한-중-일의 음식문화차이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의 음식문화에서 가장 큰 차이중의 하나는 국(탕) 문화이다. 우리는 국을 주식으로, 중국과 일본은 반찬 중의 하나로 이해한다. 우리는 국에 밥을 넣어 말아서 먹지만 중국과 일본은 밥에 국을 부어서 말아먹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은 밥그릇이나 국그릇을 식탁에 놓고 숟가락으로 떠먹는 것이 예절이며 들고 먹으면 상놈 소리를 듣는다. 반면에 중국이나 일본은 들고 먹는 게 예절이다.

이렇듯 국물 위주의 식사이자 식탁에 놓고 먹기 때문에 숟가락이 꼭 필요하다. 이에 비해 중국과 일본은 젓가락을 사용할 뿐 숟가락은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우리가 숟가락을 앞세워 '수저(匙箸)'라고 하는데 비해 중국은 젓가락을 앞세워 ‘쩌쉬(箸匙)’라고 부르는 것도 이 같은 문화차이에서 비롯된다.

또한 유일하게 한국만 금속 숟가락과 젓가락을 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정확한 힘 전달이 가능하며, 열전도율이 좋고 위생적이며 오래 쓸 수 있다.

숟가락은 생명

숟가락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도구만은 아니다. 숟가락은 생명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기도 한다. 죽음을 표현할 때 "밥숟가락 놓았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결혼할 때 신부는 반드시 신랑의 수저를 장만해 갔고 집안어른께는 은수저를 선물해 드리는 것이 효도이자 예의였다. 군에서 처음 훈련받을 때 다른 건 다 잃어버려도 숟가락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조교는 경고했다.

우리 조상들은 숟가락을 생명과 건강, 복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왔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니까"라는 말이 함축하듯 사람들은 숟가락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건 아닌지. 주위에 끼니 거르는 사람 없는지, 하루하루 밥값은 하고 있는지... 숟가락을 보며 한 번쯤 되돌아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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