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혁한방] 추억의 뱀 주사위놀이와 '푸른 뱀의 해' 을사년
어릴 때 즐기던 추억의 놀이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뱀 주사위놀이를 빼놓을 수 없다. 주사위를 던져서 100번까지 먼저 가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좋은 일을 하면 상을 받아 몇 칸을 훌쩍 도약하는 넘는 기회는 13번이며 나쁜 일을 해서 벌을 받아 뒤로 돌아가는 경우는 12번이었다.
대개의 놀이들이 그러하듯 뱀주사위놀이를 통해서도 당시의 시대상을 살펴볼 수 있다. 간첩신고를 해서 상을 받으면 54칸이나 도약할 수 있었다.
반면에 여성이나 친구, 동물을 괴롭히거나 환경파괴에 큰 벌을 주는 등 지금 봐도 '깨어있는' 교육적 측면도 많았다. 그때의 규칙들을 되돌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해 소개해본다.
앞으로 도약하는 경우
+54 간첩 신고를 해서 표창장을 받는다.
+24 열심히 공부해서 학위를 받는다.
+20 나무를 심어 산을 울창하게 한다.
+20 닭을 잘 키워서 달걀을 얻는다.
+18 농사를 잘 지어 농작물을 많이 얻는다.
+12 노인을 도와드려 칭찬을 받는다.
+12 다친 아이를 치료하고 의사가 된다.
+12 열심히 일해서 부자가 된다.
+10 열심히 실험해서 과학자가 된다.
+06 청소를 잘해서 멋진 남자를 만난다.
+04 운동을 열심히 해서 상을 받는다.
+02 군인이 되어 공비와 싸운다.
뒤로 되돌아가는 경우
-52 도둑질을 해서 감옥에 간다.
-30 불장난을 하다가 집을 태운다.
-22 공부 안 하고 잠만 자다 거지가 된다.
-22 폭약 갖고 놀다가 다친다.
-22 기찻길에서 위험하게 논다.
-20 얕은 얼음판에서 놀다 빠진다.
-20 벽에 낙서하고 엄마한테 혼난다.
-20 나무를 오르다가 떨어진다.
-18 친구를 때려서 경찰에게 잡힌다.
-16 많이 먹어서 배탈이 난다.
-16 개를 발로 찼다가 개에게 쫓긴다.
-14 나무를 함부로 베어 홍수가 난다.
기원전 49년, 로마의 장군 카이사르는 "주사위는 던져졌다!"라고 외쳤다. 자신은 확실하게 결단을 내렸으니 모든 건 운명에 맡기겠다는 결심의 표현이었다. 이후 카이사르는 루비콘강을 건너 로마로 진격하여 폼페이우스를 몰아내고 로마의 최고 권력자로 우뚝 올라섰다.
이런 연유로 "주사위는 던져졌다!"라는 말은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이미 던져진 주사위는 어떤 숫자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일본을 벌벌 떨게 했던 이순신 장군께서 태어나신 1545년도,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던 1905년 을사늑약도, 1965년 한일협정도 을사년이었다.
푸른 뱀의 해 2025년 을사년 새해가 밝았다. 2025년은 광복 80주년이자 한글광복 80주년이며 을사늑약 120주년 되는 역사적인 해이다. UN 환경의 날도 대한민국에서 개최된다.
뱀 주사위놀이처럼 도약할 수도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질 수도 있는 것은 개인이든 나라든 마찬가지이다. 푸른 뱀의 해를 맞아 똬리를 틀고 있다가 무섭게 도약하는 새해가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