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혁한방] 걸리버여행기의 소인국 달걀전쟁이 주는 교훈
아일랜드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가 18세기에 쓴 <걸리버 여행기>는 동해를 'Sea of Corea'로 표기한 삽화가 있어 더없이 반갑고 고마운 소설이다. <걸리버 여행기>에는 소인국 릴리풋, 블레프스큐, 거인국 브롭딩낵, 하늘을 나는 섬 라퓨타, 말의 나라 후이넘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소설은 소인국 ‘릴리풋(Lilliput)’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소인국의 구파 트라멕산 정당 사람들이 높은 구두 굽을 신자 신파 슬라멕 산 사람들은 낮은 굽을 신는다. 양당 사람은 적대감이 너무나 커 함께 식사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려조차도 하지 않는다.
양측의 대립은 달걀을 깨먹는 방법을 둘러싸고 전쟁까지 이르는데서 절정을 이룬다. 달걀의 둥근 쪽을 깨뜨려 먹는 게 법이었지만 한 왕이 달걀을 깨다 손을 밴 이후 좁은 방향 쪽을 깨도록 강제하였다. 그러자 이에 반대하는 측이 전쟁을 일으키면서 무고한 많은 국민들이 목숨을 잃는다.
달걀을 깨뜨리는 본질적인 이유가 먹는 데 있음에도 깨뜨리는 방식에 집착하여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소인국의 성서에는 “진정한 믿음을 가진 자는 달걀의 편리한 방향의 끝부분을 깨도록 하라”라고 씌어있었다.
어느 날 왕궁에 큰 화재가 발생하자 걸리버는 소변으로 진화하여 왕비의 목숨을 살린다. 그러나 소인국 정치인들은 걸리버를 시샘하여 제거하려 든다. 왕궁을 모독했다는 핑계로 걸리버의 눈을 멀게 하려 한 것이다. 다행히 걸리버는 친구의 귀띔에 의해 가까스로 탈출한다.
스위프트는 소인국부터 소설을 시작하면서 인간 사회의 아첨과 질투, 위선과 야만, 정치모리배들의 이전투구들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그들은 외줄 위에서 춤을 춰 고위직을 얻거나, 막대기 아래로 기어 다니며 왕의 총애를 받는다.
문제는 소인국의 이야기들이 결코 소인들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인국에서 일어나는 웃지 못할 일들과 정치모리배들이 하는 일들이 그대로 행해지고 있다.
<걸리버 여행기>가 15년의 긴 세월을 거쳐 1726년에 발표되었을 때 영국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당시 시대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위프트도 책의 앞머리에 이렇게 일갈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즐기라고 쓴 것이 아닙니다. 읽고 분노하라고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