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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젓가락의 날(수저데이) [허준혁한방]


최근 들어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등의 신종 관용어가 생겼는데 사실 최고급 숟가락은 금수저가 아닌 은수저였다. 독에 닿으면 검거나 검푸른 빛으로 바뀌는 은의 성질에 따라 음식의 독성분을 가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간단하고 거리가 짧은 운반도구인 젓가락은 한국, 베트남, 일본, 싱가포르, 몽골 등에서 15억 명이 사용하는데 이중 한-중-일 세 나라가 젓가락 인구의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한-중-일 세 나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젓가락에서 나타난다. 중국은 둘러앉아 식사하기 때문에 음식과 거리가 멀고 반찬도 기름기가 많아 집기 편하도록 젓가락이 길고 굵다. 일본은 밥그릇과 반찬을 자기 앞에 두고 먹기 때문에 젓가락이 짧고 가시가 있는 생선이나 국수를 많이 먹기 때문에 젓가락 끝이 뾰족하다.


한국의 젓가락은 뾰족하지도 뭉툭하지도 않으며 납작하다. 특히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쇠붙이를 재료로 쓴다는 점이다. 쇠젓가락과 쇠숟가락은 우리나라사람을 구분시켜 주는 매우 특이한 문화차이다. 연변의 조선족들도 쇠젓가락을 사용한다.


쌀이 주식인 동양인들은 젓가락으로 식사를 하는 데 비해 고기가 주식이었던 서양인들은 포크로 고기를 고정시키고 나이프로 썰어먹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식단의 차이가 동양의 수저와 서양의 포크와 나이프로 각각 진화해 온 것이다.


앨빈 토플러는 "젓가락을 사용하는 민족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젓가락을 쓸 때는 손바닥, 손목, 팔꿈치 등 30여 개의 관절과 70여 개 근육이 움직이며 뇌활동을 도와주지만 포크는 운동량이 그 절반밖에 안 된다.


젓가락을 사용하는 우리 민족의 손근육이 발달할 수밖에 없고, 뇌운동을 촉진하기 때문에 머리도 좋아지게 된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이 골프와 양궁, 사격, 반도체, 줄기세포, 복제기술 등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도 젓가락 사용이 결정적 계기라는 분석도 같은 맥락이다.


요즘은 서양에서도 숟가락과 젓가락을 구비하고 아시아푸드를 만들어 먹는 집들도 많아졌으며, 가장 받고 싶은 한국의 기념품 중 하나가 수저세트라고 한다.


지난 시절 곧잘 했던 장난 중의 하나가 나무젓가락을 한쪽씩 맞잡고 자를 때 잘려 나온 쪽이 많은 사람이 더 사랑하는 것이라며 토닥토닥했던 장난이었다.


소중한 이가 옆에 있을 때는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는 경우가 많다. 젓가락이 한쪽만 남으면 젓가락의 가치가 없다. 젓가락은 한쌍이 있어야만 진정한 가치가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매일 사용하는 젓가락이지만 젓가락이 지니는 참된 의미를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최근 한국성인의 62%, 어린이의 80%가 젓가락질을 제대로 못한다고 한다. 거시적 차원에서 심각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숟가락을 닮은 9와 젓가락을 닮은 11을 합친 9월 11일을 숟가락-젓가락의 날(수저데이)로 지정하거나 11월 11일을 젓가락의 날로 지정해 올바른 숟가락-젓가락 사용법을 권장해 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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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6-09 15:3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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