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선거의 해'와 세계시민의식 [허준혁한방]
트럼프의 당선으로 마무리된 미국 대선을 끝으로 '슈퍼선거의 해'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올해 인구 34억 명에 달하는 67개국에서 10억 명이 선거에 참여했으며, 연말까지 9개국 약 4억 4000만 명이 추가로 투표할 예정이다.
푸틴의 5선 연임으로 끝난 러시아 대선, 유럽의회 선거, 유럽인구보다 많은 인도의 총선, 비롯 대만, 인도네시아, 이란, 멕시코 등에서 선거가 치러졌다. 우크라이나 대선은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연기되었다.
전 세계 투표가 90% 시행된 현재까지는 유권자 투표율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했으며, 88%의 득표율로 블라디미르 푸틴이 당선된 러시아선거와 유럽의회 선거를 제외하고 거의 절반 이상이 권력 교체가 이뤄졌다.
영국은 집권당이던 보수당이 창당 후 190년 만에 최악의 참패를 당하며 14년 만에 정권 교체가 되었으며, 우리나라도 집권당인 국민의 힘이 4월 총선에서 참패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994년 이후 처음으로 집권당인 '만델라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패배했고, 인도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의회 과반 의석을 잃어 연정을 하게 되었다.
튀르키예 선거에서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3월 지방선거에서 주요 도시에서 패배했으며,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서는 중도 정당이 약화하고 극우·극좌 정당에 대한 지지가 상승하고 있다.
20세기 초 이탈리아 민주공화국에서는 무솔리니의 극우의 파시즘 체제가 나왔고,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에서는 나치즘이 나왔다. 놀랍게도 이 두 체제 모두 쿠데타가 아니라 선거를 통해서 수립되었다.
극우와 극좌 모두 민주주의를 변질시킨다. 민주주의는 현대사회의 부정적인 부분들이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사회인 디스토피아(Dystopia)로 변질될 수도, 가장 평화롭고 완벽한 사회인 유토피아(Utopia)로 나아갈 수도 있다. 세계시민들이 건전한 상식과 이성으로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만이 민주주의가 디스토피아로 추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바야흐로 지구촌시대이다. 특정한 국가의 시민으로서 뿐만 아니라 세계인으로서의 권리와 시민적 책임을 가진 성숙된 세계시민의식(Global Citizenship)이 필요한 때이다. 슈퍼선거의 해를 마무리하면서 K-컬처시대에 걸맞은 K-정치와 K-시민의식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