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중-러 관계전망
이희옥(성균관대)
□ ‘북한식’ 대국외교
○ “우리나라를 둘러싼 정세가 복잡한 것은 우리나라가 큰 나라들에 둘러 싸여 있거나 짬에 끼어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대국들을 움직일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를 타고 앉아 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 “전략적 요충지를 타고앉아 이 지대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대국들을 우리의 이익과 요구에 맞게 마음대로 움직여 나갈 수 있다는 것으로 된다” (오성길)
○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돌파의지의 한계를 읽은 상황에서 “중재자”, “촉진자” 역할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나타나기도 함
□ ‘북한발’ 대중국 인식과 정책조정
○ 북한의 전통적 중국인식
- “아버지인 김일성주석은 중국은 두 개의 주머니를 차고 있으니, 항상 조심하라고 하셨다. 내 생각은 다르다. 중국이 찬 주머니는 두 개가 아니라 열개는 된다. 통일되더라도 주한미군은 유지해야 한다는 김 대통령의 말씀에 동의한다” (제1차 남북정상회담, 김대중-김정일 회담)
- “중국은 한국과 북한 사이에서 어부지리를 취하고 있다” (2005년 6월 정동영-김정일 회담)
- “중국과의 관계를 잘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은 현재 우리와 가장 가까운 국가이지만, 앞으로 가장 경계해야 할 국가로 될 수 있는 나라다. 력사적으로 우리나라를 가장 힘들게 했던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김정일 선집 증보판』 25권)
“조중 두 나라 사이의 관계가 두 나라 인민들의 공동의 리익에 맞게 발전되리라고 확신한다” (2018.3.1. 김정은의 시진핑 취임 축전: ‘전통적인’, ‘피로서 맺어진’, ‘친선협조관계’, ‘전통적인’ 삭제...)
○ 변화된 인식과 정책: 사건, 국면, 구조의 차원?
- 제1차 북·중 정상회담(2018.3.25~28) “선대의 유훈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해 힘쓰는 것은 우리의 시종 변함없는 입장”
- 2018년 4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회의에서 새로운 전략노선을 채택한 이후, 북·중 관계개선 시도.
- 2019년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과 ‘다자 협상’을 제시하고, 한반도 정세 관리와 비핵화 과정을 ‘공동으로 연구 조종’해 나가야 한다고 제시
- 중국도 양국관계를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관계”, “운명 공동체”, “변함없는 ‘이와 입술의 관계’”, “‘하나의 참모부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협동’하는 관계” “국제정세와 지역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사회주의 북한에 대한 지지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 “한반도 비핵화 방향, 남북 관계 개선, 북·미 정상회담 성과, 관련 국가들이 대화와 협상을 통한 관심사 해결이라는 ‘네 가지 견지’할 것”
□ 북한이 열어준 ‘중국역할론’
○ 중국역할론은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한 결과가 아니라, 북한이 중국의 외교적 공간을 넓혀준 데 따른 것. 북한이 과감한 비핵화 先조치 의지를 중국에 미리 밝힌 것도 중국의 대미 외교 공간을 넓혀줌.
○ 문재인 대통령이 3자 또는 4자 종전선언을 제안했을 때, 중국은 이를 흔쾌히 수용하거나 배척할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이었고, 한국정부가 남·북·미 협상에 주력하는 동안에도 자신의 입장을 관철할 수 있는 효과적 통로가 없었음.
○ 2019년 9월 러시아에서 열린 제4회 동방경제포럼에서 시진핑은 한반도 문제의 실질적 당사국은 북한과 미국이라고 한발 물러서는 등 중국 역할은 상대적으로 위축되어 있었음.
○ 시진핑 주석, 국가주석으로는 14년만에 북한방문
- 양국의 역사적 관계와 사회주의 연대 회복. 새로운 안보협력과 경제협력 추진. 관광·학술·인적·지방·청년·체육교류 확대. 한반도 문제를 정치적 해결원칙 속 ‘북한의 합리적 안전과 발전이 걸린 문제에 대해 북한의 합리적 관심사에 ‘힘이 닿는 한 도움을 주겠다.
○ 북한은 중국과 다양한 분야 교류협력 진행. 사법협력, 군사회담, 외교장관회담 개최
- 중국 랴오닝성 대표단 북한방문(19.11.6-9) 계기 ‘인적 및 무역, 농업, 민생, 관광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는 등 국제 제재 속에서도 가능한 방안을 찾는 적극성을 보임
□ 북한과 러시아 관계 강화
○ 새로운 관계 모색
- 김정은 집권 이후 (및 2008년 이후) 첫 북러 정상회담(4.25)을 통해 연대 복원. “양자간 무역과 인도적 지원 분야에서의 협력증진 논의”. 푸틴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책을 지지하는 한편 남북, 북미대화의 조속한 대화 재개 지지”
- 분야별 인사교류 진행. 국방차관회담, 북러 경제공동위원회 실무회의, 외무차관, 외무차관간 전략대화 개최
※ 최선희 부상 방러 계기 북러 외무차관 회담: “두 나라 최고영도자들의 관심 속에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북러관계를 전략적 견지에서 전면적으로 발전시켜나갈 데 대한 문제가 논의되었다...역사적 북러수뇌상봉에서 이룩된 합의를 철저히 이행하여 두 나라 사이의 친선협조관계를 더욱 강화 발전시킬 데 대한 문제들을 토의하고 상호 관심사로 되는 지역 및 국제문제들에 대하여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하였으며 전략적 협조를 강화하기로 하였다” 이 회담에서 최선희 부상은 “북한 비핵화 과정에 따른 실질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미국에 배신감을 느꼈다고 발언”
- 러시아제 최신무기 도입계획: 주러 북한대사 김형준 당 정치국 후보위원 겸국제부장에 임명
- 북한의 입장에서 러시아는 중국에 대한 안보 및 경제적 의존을 줄일 수 있는 유용한 대안의 하나임. 향후 북한은 한반도 현안에서 중국 뿐 아니라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의사를 보인 것
○ 중러 관계와 북한
- 중러는 글로벌 차원에서 미사일 공격 방어 전략무기 경쟁에서 협력을 지속하고 있음. 이러한 협력은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에서도 실질적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음. 중국은 러시아의 미사일 조기경보체계의 도입을 위해 노력해 왔고, 푸틴도 발다이 포럼에서 중러간 협력개발계획을 발표함. 최근 이 기술이 최근 단계적으로 중국에 이전되고 있음. (Yuri Dubinin)
※ 중거리 핵전력협정(INF)을 탈퇴한 미국이 동아시아 내 이 무기체계를 배치할 경우 미중, 미러, 한중, 한미간 갈등이 높아질 가능성 있음
- 향후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통한 새로운 길을 통한 대미 지렛대 확보. 실제로 러시아의 대북 수출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시장 선점을 위해 대북제재에 미온적 입장과 느슨한 접근을 하고 있음
- “중국과 러시아의 새로운 한반도 평화계획을 북한에 전달했으며, 조만간 다른 6자회담 참여국에도 공유할 예정” (11.21 라브로프 외무장관)
-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 핵문제에 대한 정치적 해법을 찾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 (11.25 러위청 중국외교부 부부장)
○ 중러 유엔안보리에 일부 제재해제 결의안 초안 제출(19.12.15)
- 중국과 러시아가 그동안 안보리에서 대북제재 해제나 완화 필요성을 지속해서 제기해왔으나 결의안을 제출한 것은 처음.
- 북한 해산물과 섬유(대북제재 이전 북한의 주요수출품) 수출금지, 해외에 근로하는 북한 노동자 전원 송환, 남북 간 '철도·도로 협력 프로젝트'( 남북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의 연결 및 현대화는 4·27 판문점 선언에서 제시한 목표), 인도주의적 상황 개선을 위해 북한주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부분 등.
□ 향후 정책방향
○ 단기적으로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 협력해 독자적 개혁·개방을 추진하거나 남·북·중 협력이라는 우회로를 찾는 한편 자력갱생을 통한 장기화에 대비하는 등 현실주의 노선을 선택함 (레드라인 유지) 즉 당 전원회의 결정서는 2019년 4월 최고인민회의 대표자회의 시정연설에 밝힌 새로운 길과 유사성
- 다만 대북제재 일부 해제를 통해 경제건설의 업그레이드 계획 대신 자력부강, 자력번영을 강조하는 경제총력노선은 유지함
- 삼지연, 양덕, 원산 갈마 지구 등 관광지역 개발에 따른 관광산업의 활성화(주요고객은 단기적으로 중국, 중장기적으로 남한이 될 것임)
○ 러시아의 관심사인 다자협상의 틀, 6자회담 등 중국과 공동으로 제시할 가능성
○ 북·중 관계가 한·미 관계보다 앞서 나가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함. 先북핵협상 後남북관계로 한반도 상황관리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함
○ 한미 동맹의 강화만으로 새롭게 전개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음. 한중간에도 표면적 position이 아닌 근저의 실질적 interest기반 전략대화가 필요
○ 한반도 비핵화 궤도에서 북한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한중러의 공동 중재자 역할도 필요함. 소다자회의 형식의 확대와 내실화 (남북중, 남북러 협력)를 통한 소집역량(convening power) 발휘, Plan B의 문제, ‘진실의 순간’에 대한 해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