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아버지가 시집간 딸네집에 메고가던 다듬이 [허준혁 한방]
고요한 밤중에 풀벌레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다듬이소리에는 왠지 가슴뭉클한 그리움이 있다. 다듬이 소리가 한국을 상징하는 소리가 첫번째로 꼽힌 적도 있다. 지금은 전기다리미가 있어 편하지만 옛날에는 다듬이질을 해야했다.
한복은 빨 때마다 바느질한 솔기들을 뜯어내어 삶고 풀을 먹여 말렸다. 어느 정도 마르면 물을 입에 물고 뿜어 습기를 준 다음 보자기에 싸서 꼭꼭 밟아주는 발다듬이를 한다. 발다듬이가 끝나면 차곡차곡 접어 손치기를 하고 다듬잇돌위에 얹어 놓고 방망이로 두드린다.
다듬이질은 보통 밤에 많이했다. 하루 종일 논일, 밭일, 부엌일, 빨래 등 지친 몸으로 다듬이질을 하노라면 어깨는 무겁고 팔은 아팠지만 옛여인들은 스트레스를 다듬이질과 빨랫방망이질을 통해 풀었다.
친정아버지가 시집간 딸네집에 처음 갈 때는 다듬잇돌을 메고 갔다. 시집간 딸이 다듬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참으며 살아라는 지혜이자 아버지의 돌같은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