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추억의 고무신 [허준혁한방]
고무신은 지난날 일반서민들에게는 더없는 친구였다. 잃어버린 한 짝 때문에 울어야 했고 새고무신 냄새맡으며 품에 안고 자기도 했다.
물에 띄워 가장 멀리 떠내려간 쪽이 이기는 고무신 놀이도 빼놓을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그렇지만, 고무신이 물에 빠져 한짝만 질질끌고 집에 가는 바람에 혼나는 경우도 많았는가하면 고무신 한짝을 건지려다 물에 빠져죽는 경우도 종종있었다.
세탁과 건조 또한 참으로 간편했다. 맹물에 빡빡 씻어 세워 놓기만 하면 됐다.
사람많은 곳에서는, 한쪽에 잘 벗어둔 고무신들이 뒤엉켜있거나 대충 발에 맞으면 누가 먼저 신고 가버리는 통에 아무거나 신고 간 다음, 날 밝으면 다시 자기 찾느라 요란을 떨곤했다.
동네애들끼리 싸우다 고무신을 벗어들고 휘저으면 고무신짝이 뭐가 그리 무서웠는지 대부분 싸움이 종료되곤 했다.
양말이 귀해 맨발로 신는 경우가 많아 조금만 땀에 젖어도 미끄러워, 무서리라도 하다 들킬라치면 아까운 고무신 한짝이 벗어지면 안되기에 양손에 들고 뛸 수밖에 없었다.
옛날 스님들의 신발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물조차도 밟히지 않도록 올을 성성하게 만들었던 짚신이었다.
그러다 고무신이 검약과 무소유의 표현으로 스님 신발의 상징이 됐다. 처음 출가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의식이 그동안의 신발을 벗고 새 고무신을 신는 것도 수행자의 삶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인 셈이다.
고무신... 우리민족이 질긴 삶을 살수 있었던 것도 수많은 세월을 고무신과 삶을 함께 했기 때문은 아닐까?
동네친구들과 깔깔거리며 개울에서 새끼물고기를 잡는 것도 고무신이었고 보관해두는 곳도 고무신이었던 어린시절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