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과 토끼이야기 [허준혁한방]
늑대와 여우가 결혼하면 새끼는 뭐가 나올까? 정답은 토끼... 늑대같은 남자와 여우같은 여자가 결혼하면 토끼같은 귀여운 아기가 나온다는...
재미있는건 육식동물인 늑대와 여우, 그리고 초식동물인 토끼로 이루어진 가족을 조류인 비둘기가족이라한다. 우스개소리이기는 하지만 상호배려와 조화라는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생각을 해본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은 검은 토끼의 해다. 10간 5방에서 갑을(甲乙)은 동방청색, 병정(丙丁)은 남방적색, 무기(戊己)는 중앙황색, 경신(庚辛)은 서방백색, 임계(壬癸)는 북방흑색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토끼는 귀엽고 영리하며 민첩한 동물로 여겨왔다. 또한 옛선조들은 밤하늘의 달 속 계수나무 아래에서 불로장생의 선약을 찧고 있는 옥토끼의 모습을 그리며, 풍요로운 세계에서 근심걱정없이 살고 싶어했다.
서구권에서는 달걀과 함께 부활을 상징한다. 눈뜨고 잠자는 토끼의 모습이 죽음을 이겨낸 그리스도와 닮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부활절에 토끼모양 과자나 빵을 나누는 풍습이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토끼는 100m달리기를 할 경우 5.6초로 육지동물 1위 치타(3.2초), 3위 말(5초)에 이어 7위에 해당할 정도로 빠르다. 하지만 순간 민첩성이 빨라 치타도 토끼를 못잡는 경우가 많다.
전래동화에서 토끼는 영리한 동물로 잘 묘사되는데 실제로도 IQ가 60일 정도로 지능이 높다. 신라의 김춘추가 고구려의 연개소문에게 도움을 청하러 갔다가 죽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토끼의 간 이야기였다.
묘(卯)는 시간적으로도 하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아침 5시-7시에 해당돼, 달이 있지만 해가 올라오는 시간으로 밤에서 낮으로 바뀌는 과도기라 할 수 있다.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 하여 지혜로운 토끼는 위기에 대비하여 세 개의 굴을 판다고 했다. 또한 다정하고 화목한 관계를 상징해 한 쌍의 토끼가 함께 등장하는 것이 보통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표현도 이같은 맥락에서 연유된다. 행운을 의미한다해서 누구나 한번쯤은 찾으려했던 경험들이 있는 네잎클로버도 토끼풀이다.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정치권에서는 토끼의 귀처럼 작은 소리에도 귀기울이며 평화와 번영의 두마리 토끼를, 개인적으로는 건강과 행복의 두마리 토끼를 잡는 행운의 새해가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