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놀이노래와 K-놀이, K-동요 [허준혁한방]
2019년 발표된 <오징어게임>은 K-드라마의 신기원을 열었다. 동시에 드라마에 나왔던 딱지치기-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달고나-줄다리기-구슬치기-징검다리 건너기-오징어놀이 등 한국의 전통적인 놀이에 대한 세계인들의 호기심과 참여 열기도 폭발적이었다.
별다른 놀이기구가 없던 지난 시절, 대부분의 아이들은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자랐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처럼 노래를 부르며 아예 흙을 놀이도구로 놀았던 놀이도 있었다. 인간(human)의 어원이 흙을 뜻하는 라틴어 humus라는 것이 연상되는 부분이다.
지난날 남자애들은 딱지치기, 팽이치기, 구슬치기, 비사치기 등 주로 '치기'를 좋아했다. 반면에 여자애들은 고무줄놀이, 공기놀이, 소꿉놀이, 손뼉 치며 노래하기 등을 좋아했다. 대부분의 놀이에는 노래가 동반되었지만 특히 여자애들이 즐기는 놀이는 더욱 그러했다. 노래와 놀이가 '놀다'에서 온 말로 어원이 같다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전통놀이는 오랜 세월 우리 역사, 문화, 삶에서 융화되어 온 보편적인 놀이다. 국가나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반영한다. 민속놀이, 전래놀이, 전승놀이, 세시놀이 등 다양하게 불리고 있지만 명확한 개념정리와 분류는 없다.
민속놀이는 세시풍속과 마을공동체 축제 등에서 행해졌던 풍속놀이다. 강강술래, 차전놀이, 윷놀이, 씨름, 널뛰기, 쥐불놀이 등이 있다. 전래놀이는 말 그대로 민간에 전래되어 행해지는 놀이다. 줄넘기, 딱지치기, 구슬놀이, 오징어놀이, 닭싸움, 팽이치기, 자치기 등이 있다.
전통놀이는 산업화와 도시화, 정보화를 거치면서 많은 부분에서 유실되었다. 놀이는 생활풍속의 다양성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놀이의 유실은 전통문화의 유실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이다.
네덜란드 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1938년 그의 저서에서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놀이하는 인간'을 뜻한다. 하위징아는 인간의 모든 문화와 철학은 놀이에 의해 발달해 왔다고 했다.
인간은 놀이하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아기 때부터 놀이하면서 신체적, 사회적, 인지적으로 자발적인 참여를 이어간다. 놀이는 감정의 분출이자 경험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아기의 흥미와 욕구에서 시작된 놀이는 즐거운 배움의 과정이기도 하다. 놀이가 학습이며, 놀이가 배움이다.
놀이는 노는 행위 그 자체의 즐거움과 만족을 위해 참여한다. 따라서 엄격한 규칙보다는 유연하고 자유로우며 묵시적 약속에 의해 진행된다. 언제라도 그만할 수 있다. 즐거움과 만족을 위해 자발적으로 행해진다. 비슷한 개념으로 게임이 있다. 게임은 승패의 개념이 있다. 엄격한 규칙과 목표가 있으며, 전략에 의해 점수를 얻는다.
놀이는 일이 아니라 여가활동에 중점을 둔다. 그러나 최근에는 놀이의 가치와 기능에 대해서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김숙경 선생은 최근 펴낸 그의 저서 <시니어 심신건강을 위한 한국민속전래놀이노래 6>에서 "전래놀이노래는 아기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인지기능, 신체기능, 인성교육 등으로 심신건강을 증진시키는 통합 교육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전통놀이, 전래놀이, 민속놀이는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하고 참여의 기회를 제공한다. 동시에 한국의 가치와 역사에 대한 이해에도 자연스러운 소통 수단의 역할도 한다. 전통문화 보존의 차원을 넘어 K-놀이와 K-게임으로의 승화를 통한 한국 전통문화의 세계화와 게임산업의 세계화로 이어지도록 하는 국가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인생은 미로 속에서 즐기며 길을 찾아가는 놀이이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의 소중한 전래놀이노래들을 아끼고 지켜야 한다. '아깝다'는 말은 '아끼다'는 말과 연관된다. 아끼지 않으면 아깝게 사라져 버릴 수밖에 없다. 전래놀이노래는 모두가 아끼고 가꿔야 할 소중한 유산이자 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