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와 '하인리히법칙' [허준혁한방]
'설마'가 결국 현실이 되었다. 한국 축구가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에 패해 파리올림픽 진출이 좌절되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한국축구가 사람 잡는다.
1930년대 초 미국 한 보험회사의 관리-감독자였던 H.W. 하인리히는 고객상담을 통해 사고를 분석하던 중, 1번의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이미 그전에 유사한 29번의 경미한 사고가 있었고 그 주변에서는 300번의 이상징후가 감지됐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1 대 29 대 300 법칙>으로 널리 알려진 하인리히 법칙이다. 큰 실패가 일어날 때에는 반드시 전조가 있으며 이러한 전조를 알아내 적절하게 대응하면 큰 실패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경험법칙인 셈이다.
실패의 전조를 무시한 삼풍백화점
간혹 주변에서 "그렇게 난폭운전을 일삼더니 기어이 사고를 내는구나”라고 안타까워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교통사고 통계를 분석하면 1회의 사망사고에 35~40회 정도의 중ㆍ경상 사고가 발생했으며, 위험한 교통법규 위반사례가 적발됐다고 한다. 폭력사건이나 강도사건 등도 마찬가지이다.
실패의 전조를 무시해 일어난 대형참사의 대표적 사례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있다. 사망자 502명을 포함해 1천400여 명의 사상자를 냈던 이 사고와 관련해 백화점 직원들은 건물붕괴(1) 전에 나타난 붕괴 조짐에 대해 수십 차례 경고(29)를 했다. 또한 구조적인 건축 하도급 비리 사슬 때문에 철근과 콘크리트에 들어가야 할 비용들이 뇌물로 둔갑해 시공업자와 공무원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던 것이다.(300)
항상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사회뿐만 아니라 개인도 사고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안전의식은 항상 최악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
"사람 잡는 15가지
'사람 잡는'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 '설마'가 사람 잡는다. 반드시 미리 대비해야 한다.
● '오해'가 사람 잡는다. 진실을 확인해야 한다.
● '극찬'이 사람 잡는다. 칭찬은 신중히 하고 칭찬받을 때 교만에 빠져서는 안 된다.
● '뇌물'이 사람 잡는다. 세상에 비밀은 없고 눈먼 돈도 없다.
● '정'이 사람 잡는다. 냉철한 이성과 판단력을 항상 갖추어야 한다.
● '호의'가 사람 잡는다. 호의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고 사양하거나 은혜로 받아야 한다.
● '차차'가 사람 잡는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뤄서는 안 된다.
● '나중에'가 사람 잡는다. 지금 결단을 내려야 한다.
● '괜찮겠지'가 사람 잡는다. 세상에는 안 괜찮은 일들이 너무 많다.
● '공짜'가 사람 잡는다. 반드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 '고까짓 것'이 사람 잡는다. 남을 무시하면 언젠가는 나 자신이 무시당한다.
● '별거 아니야'가 사람 잡는다. 모든 것은 소중하다. 별것 아닌 것은 없다.
● '조금만 기다려'가 사람 잡는다. 기다리게 해 놓고 변하는 사람도 많다.
● '이번 한 번만'이 사람 잡는다. 한 번이 열 번이 되고 백번이 된다.
● '남도 다하는데'가 사람 잡는다. 세상사람들이 다해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으며 '덩달아'해서 안될 일도 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
설마는 언제든 자신에게 일어날 수도 있다. 설마 설마 하다가 막상 그 설마에 당하게 되면 충격과 피해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어떠한 일을 하기 전에 미리 그 일이 가져다줄 모든 가능성에 대해 상상해 본다. 그러다 보면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왔을 경우를 대비하여 다른 해결책이 보이기도 하며, 혹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인리히법칙의 경고처럼 경미한 사고들에 철저히 대응하고 수많은 이상 징후들을 놓치지 않는 것이 사회적으로는 관리-감독자의 책임이며 개인적으로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있다. 운전이든 사업이든 건강이든 정치든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은 백번 맞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