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꼽사리 끼기'와 '새끼줄 치기' [허준혁한방]
송사리 5마리가 소풍을 갔다. 한참을 가다 보니 6마리로 늘어나 있었다. 행렬에 끼어든 녀석을 보고 말했다. "넌 뭐냐?" 그러자 끼어든 송사리가 말했다.
"전 꼽사리인데요."
남들이 하는 일에 곁다리로 껴 얹혀서 쉽게 하는 것을 '꼽사리 끼다'라고 한다. 노름에서 유래한 말이다. 노름을 할 때 판돈을 대는 것을 '살 댄다'라고 한다. 밑천이 없거나 내키지 않아 끼어들지 못하고 있다가 패가 좋은 것이 나올 때 원래의 살에 또 살을 대는 경우가 있다. 살을 댔는데 거기다 또 살을 대니까 '곱살'이 된다.
'곱살'에서 유래되었지만 이제는 꼽사리가 바른 표현이며 '남이 노는 판에 거저 끼어서 쉽게 하려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바뀌게 되었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창의적이거나 주도적이기보다는 꼽사리 끼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꼽사리 끼면서 되려 큰소리치며 주인행세를 하는 꼴불견들도 많다. 꼴값을 떨고 있으니 못 볼 꼴이다.
꼽사리의 대표는 뻐꾸기가 아닐까 싶다. 뻐꾸기는 스스로 둥지를 짓지 않고 꾀꼬리 등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아 품게 한다. 뻐꾸기알은 다른 알보다 먼저 부화해 다른 알들을 둥지 밖으로 떠밀어 깨뜨려 버린다. 그렇게 둥지를 차지한 새끼 뻐꾸기는 꾀꼬리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먹고 자라서는 미련 없이 엄마뻐꾸기를 찾아 날아가 버린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꼽사리 끼는 것과는 반대로 영역을 놓고 싸우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시쳇말로 '나와바리'라는 다소 상스러운 일본말은 건축용어에서 나왔다. 직역하면 '새끼줄 치기'로 새끼줄을 쳐서 내 영역, 내 구역임을 표시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동물들은 강한 수컷이 먼저 자리를 잡고 차례로 약한 수컷들이 자리하는 경우가 많다. 송사리는 떼를 지어 유영한다. 평소에는 별다른 '영역' 싸움을 보이질 않지만 번식기에 있는 송사리를 수조에 넣으면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서로 먼저 밑바닥에 자리 잡으려 한다는 것이다. 약한 녀석들은 점점 수면 가까이 자리하게 된다.
반면에 기러기떼에서는 리더의 헌신과 조직원들의 협력을 배울 수 있다. 먹이와 따뜻한 곳을 찾아 40,000km를 날아가는 기러기는 리더를 중심으로 V자 대형을 그리며 머나먼 여행을 한다. 리더의 날갯짓은 뒤에 따라오는 동료 기러기들이 혼자 날 때 보다 70% 정도 쉽게 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리더가 힘이 들면 뒤에 있던 기러기들이 수시로 알아서 그 자리를 채워주며 자리 변경을 한다. 부상 등으로 한 기러기가 이탈해질 수 있게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고 두 마리가 따라붙어 끝까지 지켜준다.
꾀꼬리알까지 깨뜨려버리고 먹을 것 다 먹고 훌훌 날아가버리는 뻐꾸기는 선거철 정치꾼들 같기도 하고... 자기보다 몇 배나 큰 새끼뻐꾸기를 자기 새끼인 줄 알고 끊임없이 먹이를 물어다 주는 어미 꾀꼬리는 우리들의 부모님들 같기도 하고...
송사리든 꼽사리든, 뻐꾸기든 기러기든 동물의 세계뿐이겠는가. 우리 인간들도 살아가는 방식도 제각기 다르다. 동물의 세계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